가을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얼이 나갈 정도로 누구에게 제대로 싸대기를 맞아 정신이 홀랑 나갈만큼
시퍼렇게 멍든 단풍잎 옆에 열병이 난 빨간 잎사귀들 사이에 뜨거운 햇빛이 구멍을 숭숭 뚫다가 들켰는데 이게 무슨 큰 일이라고 괜히 내 가슴이 왜 쿵쿵 뛰냐고
작업공책)
어리둥절한 나는
어리둥절한 가을을 겪고 있다
저녁에 사라지는 계절이
순간 나타나는 어지러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