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칠 전에 사고가 났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신호가 바껴서 출발 할려고 하는 찰라에
갑자기 뒤에서 쾅! 하고 내 몸이 앞으로 순식간에 떴다.
다행이 안전벨트를 하였으니 망정이지 다시 의자에 엉덩이가 붙었다.
그 후 내 정신이 홀딱 날아간 것처럼 어리버리하고
뭐가 뭔지 한참 후에 사테파악이 되었다.
그러니까 뒤에서 오던 그 어떤 차가 내가 출발하기 전에 미리 갔다 박은 것이다.
정신차려 내릴려고 하니 갑자기 몸이 굳은 것 같았다.
그동안 이렇게 뒤에서 받힌 접촉사고는 몇 번 있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순간 아! 이래서 교통사고 환자들이 제발로 못 내리고
들것에 실려 나오던가 누가 와서 끄내주는 구나 했다.
가해자 운전자가 나와 나이가 좀 비슷한 것 같은데
박은 사람이나 받힌 나나 얼굴이 얼이 나간 것 같았다.
나는 내리지도 못하고 내 차를 밀어 일단 갓길에 두자고 하는데
아이구 이거 참 어젯밤 꿈에 교통사고 난 차를 봤는데
결국 이렇게 되려고 예지몽까지 꿨나 싶었다.
참 친절한 꿈도 다 있지..
어찌 어찌해서 보험회사에 연락이 되서 가해자 보험회사 직원이 왔는데
내 차를 보더니 기가 찬 얼굴이다.
곧 숨을 거둘 것 같은 폐차직전까지 간 차를 들여 박았으니 차 송장하나 치워 준 셈이다. 나도 나지만 가해자 운전자도 기가 막힌 표정이다.
그러니까 작년 봄에 누가 내 차 옆구리를 박아 푹 들어간 상태인데,
수리를 해도 좋지만, 내 입장엔 차 없는 사람도 많은데 남들 이목엔 전혀 신경도 안쓰는 사람이다. 남이 내 차 불쌍하다고 수리비를 대신 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 상테라도 차가 앞으로 잘만 나가면 되고 후진도 별 문제없으니 그럭저럭 그렇게 끌고 다녔었는데, 남편은 늘 차만 보면 언제 고칠거냐고 내가 동네 창피해서 구겨진 차를 같이 타고 다닐 수가 없다고 난리 성화였었다. 그런데 작년 연말에 눈도 별로 안 오는 날 또 누가 옆구리 박은데 말고 반대쪽 옆구리를 박으니 참 남편 왈 참 어떻게 모양 맞출려고 일부러 박혀 준거냐 이랬다.그러니 고칠려고 해도 양쪽 다 그렇게 박힌 상처가 훈장처럼 새겨진 것이다.
정비공장에 사고접수까지 했는데 그 땐 뭐가 그리 바쁜지 아직도 못 갔었는데,
이젠 뒷범퍼가 그냥 V자로 푹 먹혔으니 가해자 보험회사 직원이 내 차를 보고 막 웃었다. 차의 삼면이 다 구겨진 차를 보고 웃음이 나올 만 하다.
" 아이구 그래도 다행이네요. 만약 비싼 외제차 박았으면 어떻게 했을 뻔 했어요?"
내 차가 고물차라서 다행이라는 말이다.
몸은 어떻냐고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고 갑자기 몸에 열이 후끈 올라오더니 땀이 난다.
얼른 병원부터 가잔다. 하이구 이거 병원에서 퇴근하다가 사고를 당해서 교통사고 환자로 다시 가게 될 줄이야.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근처 큰 병원에 가자고 해서 사고 접수번호 대니 즉각 접수된다.
글고 의사를 만났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 쳐다보더니 일단 엑스레이, CT를 찍으란다.
검사결과는 바로 나오니 그 때 들어오라는데 내 이름을 호명해서 진료실에 들어가서 보니 내 머리속이 하얗게 현상되어 피씨 화면에 가득하다.
내 머릿속이 저렇게 생겼구나.
한 번도 내 머릿속은 궁금하지도 보고싶어 하지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생전 처음 머릿속을 저렇게 현상인화한 것들은 맨 다른 타인들 것을 확인했어도
정작 내 머릿속은 못 봤던 것이다.
의사가 묻는다.
" 혹시 드시는 약 있어요?"
" 없어요"
또 묻는다.
"고혈압 있어요?"
" 없는데요"
나중엔 당뇨도 있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당뇨도 없다고 했더니
그제야 의사가 나를 쳐다본다.
내 머릿속을 뒤져보던 그 의사 눈빛이 물어본 병이 한가지도 없다고 하니 신기한 듯 또 한 번 쳐다보더니
" 원래 교통사고 난 몇 칠 후에 또 와야 하는데 병원에 입원 하셔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교통사고 환자는 무조건 입원하라는 애기다.
" 저기요..그냥 우선 집에 가서 몇 칠 후에 몸이 이상하면 통원할께요" 했더니
또 쳐다본다. 의사가 환자를 쳐다보는 것은 당연한데 어째 나를 약간 모자른듯이 보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뭐 크게 다친것은 없는 외상이고, 말도 잘하고 그럼 됐지.
그렇게 해서 보험회사에서 차를 렌트 해준것을 집에 끌고 갔더니.
울 남편 또 눈이 휘둥그래져서 하는 말이
" 아니 그 똥차는 어따가 쳐 박아놨냐 치우고 왔냐?"
마누라 진짜 황천갔어도 차는 어디갔냐고 물어 볼 것이다.
당신 마누라가 살아 있는 것이 다행인지, 아님 그 차가 중요한 건지 묻는 나도 갈피를 못 잡겠다. 그나저나 여기저기 박혀 결국 폐차가 된 내 애마는 아마 지금즘 폐차장에 실려 가고 있을텐데.
영정사진은 못 찍어놨다. 사람이나 차나 언제 어떻게 될 지 진짜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