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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나혼자 심심해서 어떻게 살까?


BY 천정자 2012-08-17

내가 언제 몇 살 까지 사나 요즘 스마트폰에 수명알아보기에서

남편은 81세, 나는 90세로 나왔다.

뭐 그렇게 오래 사냐 했다가 가만히 곰곰히 생각해보니 남편없이 나 혼자 1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갑자기 끔직해졌다.

"그러니까 담배 끓어 안 그러면 10년이 아니라 나 혼자 20년도 살게 될 거 아녀?"

 

남편은 또 눈치를 본다. 이젠 아예 담배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버린다.

남자 혼자 사는 것이나, 여자 혼자 사는 것이나 단독세대주라고 하지만,

일단 노인되면 대책없는 독거노인 된다는 세상인데, 거기다가 부부가 아닌 나홀로 십년을 무슨 재미로 사나.

 

나이들어 재혼하는 노인들 이래저래 어찌어찌하다가 결국 자식들 등쌀에 밀려나는 할머니 많이 봤다. 보험영업을 하던 때 누가 재혼을 하는데, 집을 사준다 땅을 사준다 해도 반응없던 할머니가 제안을 하더란다. 더도 말고 딱 2억만 일시불 즉시 예치하는 연금 가입해달라고 요구하더란다.혼인신고도 없이 단지 동거만 하겠다는 할머니의 제안에 할아버지 입장에선 집값이나 땅값이나 그게 그거지 라는 결론에 묻지도 않고 할머니 이름으로 된 연금을 가입 예치해주고 동거를 하다가 한 삼년 후에 이 할아버지 주무시다가 조용히 사망하셨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할아버지 자식이 오형제였는데, 할머니에게 준 돈 그 2억이 자신의 아버지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이 할머니를 내 쫒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가라고 하니 일언반구 말 없이 나가시더란다. 물론 그 이억짜리 연금증서도 다 주고 짐하나 달랑 들고 가시고 난 후 문제는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식 제 날짜에 맞춰 연금이 들어오는 통장은 할머니 예금주로 되어 있고, 가입자 명의도 할머니로 되어 있으니, 이건 아무리 아들이 아버지 거라고 막무가내 주장을 해도 덜렁 연금증권만 들고 있으면 뭐하나. 그렇다고 내 쫒은 다음에 다시 찾는다고 해도 명분이 없었다.

 

이 할머니 애길 듣고 현명한 처사가 뭔가 이런 생각에 잠겨었다. 만일 할머니에게 땅이고 부동산이든 지간에 할머니에게 사줘도,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곧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또 재산 분할 싸움 불보듯 훤하다. 적어도 한 십년은 같이 살다가 가야 증여로 간주되어 겨우 소유권 주장이 가능하지만, 동거로 재혼한 당사자는  솔직히 할아버지 수명이야 언제까지인지 하늘만 아는 비밀인데, 이 할머니가 기가 막힌 선택을 하신 것이다. 일종의 위자료를 미리 선불받아 당신 사시는 날까지 연금으로 수령할 생각을 하셨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가 그로 부터 십년을 사시다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그래도 그 연금은 원금으로 남았다. 또 모르겠다. 할머니가 뜻이 있어 좋은 일에 쓰라고 유언장을 작성을 했을 지도 모르지만, 자식 없었던 할머니에겐 열 자식 하나도 안부럽게 살다가 가신 것은 틀림없다. 요즘 세상 분위기라면 돈이 먼저지 사람이 주제도 아니고 그냥 주변머리로 둔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연히 사람의 도리나 경우나 예의는 진짜 살아있어야 함에도 죽은 척 하는 건지 도무지 분간이 안된다.

 

이 할머니 애기부터 주위에서 무수히 많은 노후의 사례를 많이도 봤다. 느닷없이 불의의 사고로 홀애비가 되어 혼자사는 할아버지 애길 그대로 옮긴다면

" 젊을 땐 잘 몰라서 살고, 좀 알만하려고 하니께  옆에 잘 해줄 사람이 없더라'

같이 살면서 별별 일을 다 같이 겪으며 살부비고 좁은 단칸방에서 김치 한가지라도 밥상에 놓고 마주 앉아 밥먹을 때가 그렇게 그립고 사무칠 줄을 몰랐단다. 매 끼니 때마다 반찬투정에 물 가져와라 뭐 갖고 와라 등등 지금에서야 자신이 해준 거 하나도 없고, 아내가 해 준것만 새록새록하니 정말 미안하고 면구스럽단다. 그러니 사람 참 앞일 알면 재미없다지만, 사는 동안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기회기 무한정 제공됨에도 불구 매번 놓쳤으니, 그러니 같이 있을 때 좀 잘하지 이말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 친구 이혼한지 한 십년 넘었는데 나에게 하는 말이 걸작이다.

" 애 너 딴데 가지말고 앉은 자리에 돗자리만 깔아도 먹고 살거야!"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전 남편이 교통사고가 났는데 아무도 안 와준다고 딸내미한테 하소연 하더란다. 하긴 이혼한 마누라가 부인도 아닌 아내도 아닌데, 어딜 오라가라 할 수 없고, 그래도 자식은 오겠지 이런 생각이었나보다. 그런데 딸이 그랬단다.

"그런니까 엄마한테 좀 잘하지...!"

 

어린 딸이 벌써 그렇게 커서 당당하게 사회인이 되어 앞가림 제대로 하는 자식에게 어떤 아버지가 이런 말을 듣고 싶어할 리 없지만, 친구가 내 말이 생각나더란다.

" 이혼을 백 번 해도 지 자식은 아무리 멀어도 찾아오더라"

' 니가 잘살아야 떠난 사람에게 복수하는 거다!" 등등

이 친구가 같이 밥 좀 먹고 수다 좀 떨자고 하는데

가만히 보니 이 친구 수명도 궁금해진다. 스마트폰으로 또 설문조사하니까 에게 85세란다. 그럼 난 친구들보다 오래 살면 오년은 더 외롭게 살겠네.

 

이거 수명 긴 친구들 더 찾아봐야 되겠다 싶다.

나이들어 찾아 오는 사람 없고, 갈 데없는 것치고  진짜 사람 개고생이다.

괜히 고독사로 뉴스도 아닌 심심해서 죽었다도 아닌 거만 빼고 실컷 잘 놀다가 실컷 웃다가 죽었다 이런 묘비명을 써야 되는데.

 

하긴 오늘 맘 편하게 잘 살았다는 것만 해도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