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월 어느 날 딸내미가 면접을 본다고 했다.
지금은 고 3 ,1학기인데
실업계 고등학교에 많은 회사들이 취업 박람회를 연단다.
담임 선생님이 회사 명단을 주면서 자신들이 다닐만한 회사를 알아보라고 하는데
딸내미 말로 나 취업될까? 이런다.
휴유~~~!
내 대답은 단지 이 숨소리 뿐이었다.
그렇다고 넌 힘들거라고 하지도 못했다.
시험성적 순으로 가는 곳이라면 더욱 먼 애기이고
키가 큰 순서나 몸무게 순서로 취업을 한다고 해도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래도 면접은 볼 수 있게 하니 그거라도 어디냐?
어디 약간 눈이 좀 안 좋은 면접관이 와서 울 딸내미가 이쁘게 보이면 모를까
가당치도 않지먼 상상은 뭘 못하나. 남 보란듯이 비록 지능 지수가 약간 모자라도 착하고 귀엽고 이쁜 내 딸이다 마구 자랑을 해도 문제가 없는 무한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돈도 안드니 그 무한상상을 더 실컷 해볼까.
비록 고졸학력이라도 연봉 한 2천만원에 보너스에 이왕이면 복지혜택이나 시설도 빵빵하게
그것도 정규직원으로 채용되면 얼마나 울 딸이 좋아할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 마약은 한 번도 맞지 않아 그 기분은 잘 몰라도 환상적인 것보다 더 행복하다.
이런 상상을 울 딸에게 떠들었더니 내 얼굴을 자세히도 들여다 보더니
" 엄마 나 면접볼 때 뭐라고 해야 되?"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나도 한 번도 그런 회사에서 면접을 본 적이 없으니
뭘 물어 볼지 알게 뭐냐고, 그렇다고 미리 질문지를 컨닝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자식을 위해서 부모는 해 줄 수 있는 것은 대 해주라는 사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생각 같아선 울 딸 면접 볼 대 나도 그 옆에 앉아서 같이 면접을 보고 싶을 정도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이 생각났다.
자식이 어느 회사에 면접 보러 갈 때 사전에 부모들이 다 조사를 해서 알아서 다 준비 해준다는 말인데
이젠 나도 그 마믐을 좀 알 것 같다. 취업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으면 그런 일이 생길까 .
막상 면접을 보러 가는 날도 나는 딸에게 어떻게 하라 이렇게 하라 단 한 마디 조언을 못했었다.
단지 기껏 한다는 말이
' 묻는 것만 대답을 해라 알았지?""
딸내미는 엄청 긴장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 어디 한 두가지가 아닌데.
부모의 풍에서 보호 받다가 느닷없이 둥지를 떠나 날아야 하는 첫 비상의 새가슴처럼 그 두려움과도 같은 것이다.
' 넘 걱정하지 마, 까짓거 취업 안되도 거기만 니 인생 걸 데가 아닌 게 다행이다.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도전을 하라는 기회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그렇게 면접을 보러 간 딸이 면접을 보고 와서 보고를 하는데.
" 회사 아저씨가 그러는데 내 취미가 왜 제빵이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런데 엄마가 그랬잖어 물어보는 것만 대답하라고 해서 빵을 좋아해서 취미가 제빵이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막 웃었어!"
에휴!!!
하필 면접 볼 때 질문이 그러냐고요?
아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같이 봤나 보다.
울 딸 솔직한 거라면 그런 대회 나가면 우승감인데
반도체 만드는 회사 면접관이 취미가 빵을 좋아해서 제빵이라는 그 대답에 울겄냐 웃지 이랬다.
속으론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싶었다. 전공도 달라 취미도 전혀 다른 반도체 회사에 면접을 본 것이다.
안되도 속상하지 말고 그냥 바로 잊어버리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제 울 딸에게 문자가 왔다.
" 엄마1 나 합격했어, 취업됐데 그래서 선생님이 상담한다고 학교로 오래?"
뭐시 이 게 꿈이냐 생시냐 문자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집에 돌아온 딸이 그런다.
월급이 한 달에 2백만원이란다.
그 말에 그럼 연봉이 2400인데 내가 즐거운 상상으로 연봉 2천만원보다 무려 4백이나 많다.
오늘 부랴부랴 학교에 갔다.
담임 선생님이 딸내미가 취업한 회사를 자세히 소개해 줫다.
" 이 회사가 복지혜택이 아주 좋은 회사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실습생으로 가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정규직으로 근로계약서를 학교에서 협약을 합니다. 상여급도 근로계약서에 정확히 명시하여 지급됩니다."
어머머 이게 웬일이야. 오 마이 갓!
내가 남 보란듯이 마구 무한대로 즐겁게 상상한 일들을 담임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미성년이라 친권자인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하니 취업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내가 취직을 한 것처럼 두근두근 가슴이 마구 뛰었다.
늘 저 모자른 내 딸 때문에 마음 편치 않았는데 세상에 하나님이 내가 꿈 꾼 것 이상으로 응답을 이렇게 현실로 만들어 주시다니
이래서 나쁜 상상을 하면 안되는구나.
선생님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이 그러신다.
" 아이가 장애인이지만 참 착하고 밝아요. 글고 친구들이 애를 참 좋아해요. 너무 좋은 것은 그 친구들이 애랑 같이 취업이 되서 한 기숙사에 살고 근무를 하게 됏어요. 비록 장애가 있어도 도움을 많이 주고 받으니 혼자 가는 것보다 훨신 저도 안심이 되엇습니다. "
세상에 하나님이 세세하게 도움을 주려고 한 반 친구들과 같이 취업을 시켜 주셨구나.
딸 친구들이 공부도 잘하고 똑똑해서 직장에서도 울 딸을 많이 도와줄거란다.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 동안 무수히 지나간 일들이 떠올랐다.
한 밤중에 발작을 하여 안지도 만지지도 못해 발만 동동 굴리던 일.
결국 장애진단이 떨어져 안고 울던 일.
사진 찍으러 가서 머리 빗겨 주던 일.
병원에 약값을 외상으로 밀려 미안해서 못갔던 일.
약 부작용으로 머리가 숭숭 빠진 것을 보고 같이 울던 일.
뚱뚱해져서 엄마는 날씬한테 나는 왜 이리 뚱뚱하게 낳냐고 타박을 주던 아이가
하나님이 그 어려운 것을 잘 견디면 이렇게 보상을 해주신다고 보이지 않은 약속을 한 것처럼
이뤄 주실 줄 정말 짐작도 못했다.
이런 좋은 일을 어떻게 소문내야 하나님이 흡족하실까..
정말 주님의 은혜가 이렇게 크고 깊은 줄이야.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다 하루에 어떻게 표현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