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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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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너무 젊은 시어머니


BY 천정자 2012-06-26

결혼을 일찍하니까 부모보다 애들이 더 빨리 크는 것 같다.

내 친군 아들이 서른살이다.

얼마전에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애 내가 너한테 청첩장 보내느니 차라리 밥도 먹고 좀 만나자?" 

 

남편이 건축기사로 내 친구와 어쩌다가 눈에 들어 연애를 하였는데

요즘 말로 한다면 단 한 방에 과속스캔들이라면 딱 맞아 떨어질 상황이 되어

부랴 부랴 결혼식을 하여 애부터 낳은 내 친군데,

 

아니 그런 것도 유전된다느니, 아들보다 며느리가 세 살 더 많다느니.

임신 3개월 다 되가는데 배가 더 부르기전에 얼른 결혼식을 해야 해서 부랴 부랴

청첩장 찍고 결혼식장 예약하고 그러다보니 보름이 후다닥 가더란다.

 

내 아들은 낼모레 군입대 하는데

내친구 아들은 굗 애아빠가 된다는데 그러니까 친구는 손자가 있는 할머니가 되는 셈이다.

 

처음에 여자를 데려 온다는 전화를 받고 기대반 샐렘반이었는데

첫인상에 그만 와르르 무너졌단다.

몇 날 몇 칠을 밥도 안넘어가고, 잠도 안오니 생병이 다 나서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 아니 세상에 나이도 그렇지만 내가 아주 반대할 까 봐 애를 만들어 오냐? 이건 아주 반대를 할려면 해라

나는 애낳고 살테니 하도 기가 막혀서 하늘이 노랗더라!"

 

나에게도 한참을 하소연하는데 나라고 별 수 있나 해줄말도 이제 부터 만들어 할래도 내 머릿속도 와글와글하다. 그래서 어쩌려고 했더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외동아들에 난다긴다하는 명문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연구소를 다니고 있는데, 어쩐지 선이 들어와도 들은 척 만척하더니 내 아들인데 꼭 배신당한 것 같고 그 여자한테 다 뺏긴것 같단다.

 

내가 그 심정 알지.

그 아들 어떻게 키웠는데 옆에서 다 본 장본인이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아가씨가 어디가 맘에 안드냐고 했더니 첫인상부터 맘에 안들더란다.

아이구 어쩌라고요?

그제야 나도 한마디 했다.

" 애! 너 며느리 얻어서 같이 살거 아니면 그냥 허락해라!"

지들끼리 좋다고 연애만 하고 결혼도 안하는 애들 무진 많다고 하더라.

글고 니 아들 결혼 하면 이젠 니아들 아니고 며느리 남편되는 세상이다.

 

사람 첫인상에 어떻게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냐? 다른 것도 아니고 니 가족이 되어 니 손자를 낳아 줄 며느리를 몇 번이라도 요모조모 다 확인해도 그 사람 다 모르는 게 맞는 소리다.

이런 저런 애길 하니 친구는 좀 진정이 된 목소리였다.

그리고 난 후 결혼식장 잡았다고 전화가 온 것이다.

 

만나자마자 내 말이 맞는 것 같단다.

아가씨가 소탈하고 됨됨이가 반듯하단다.

예물을 고르는데 어머니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저희도 부담된다고 아주 겸손하게 거절하더란다.

백화점에 같이 가자고 임산부 복을 사준다고 갔더니 너무 비싸다고 차라리 돈을 주세요 하더란다.

그러더니 임산부 복 값의 십분의 일만 받는다고 하더란다.

 

사돈댁을 만났더니 그 어머니의 그 딸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간단다.

이바지도 하지 말라고 하시고 자신의 뜻을 받아주면 고맙게 받아주라고 하시더란다.

그리고 하는 말이

며느리는 딸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사위도 내 자식이 아니란다.

말 그대로 분가한 손님처럼 생각해야지 더 이상 기대도 없단다.

 

친구보다 더 연배가  많으신 사돈어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나더란다.

내가 너무 옛날 고루한 세대가 아닌가 싶단다.

나도 한마디 햇다.

 

' 그나저나 너무 젊은 시어머니 되신 소감이 좀 어때유?" 했더니

너두 나중에 아들 결혼 시켜보면 알거다 한다.

 

참 세월이 그냥 가는 거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