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달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분명히 내 아들 얼굴을 언제 봤더라 가물가물하다.
알바한다고 서울 외할머니집에 가서 몇 달 일하더니 이젠 친구네집에
빌붙어 산다나.
' 아니 이눔아 남의집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 쓰겄냐?" 했더니
견딜만 하단다. 외할머니집에 있으라고 했더니 싫단다. 이유는 할머니가 잔소리가 너무 많으시다나.
그 후 울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로 한 말씀 하시는 내용이
" 아니 니 아들 그렇게 키울거냐? 엉?
외할머니집에서 잠자고 친구네집에 놀러가야지
친구네집에서 자고 외할머니집에 놀러왔다가 자러 간다고 지 친구네집에 가더라
세상에 뭐 저런 손자가 다 있냐?"
울엄마 말씀을 자세히 들어보니
고등학교 동창이 아마 서울 근처에 원룸에서 자취를 하나보다.
부모님하고 같이 살면 꿈도 못 꿀 일인데,
울 엄마의 기준엔 전혀 안될 경우다.
요즘 애들 어른들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데,
더군다나 애들끼리 뭉쳐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데
엄마인 니가 큰소리쳐서 얼른 외할머니집에 가라고 신신당부 하신다.
그렇다고 외할머니의 잔소리에 그 친구네집에 피난간 것을 애기하면 섭섭하실 것이니 나도 선듯 대답을 못 했다.
다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보나마나 내가 애기한다고 하라는 대로 할 아들은 아니라는 것은 내가 더 잘아니 그냥 빨리 우리집으로 내려오라고 하니 나의 대답에 아들 한 다는 말이
" 엄마 나 여권냈다아!" 왠 뚱딴지여 낼 모레 군대를 갈 놈이 해외로 도망갈려나 이런 상상에 웃었다.
" 아니 군대 가기 싫어 여권냈냐?" 했더니
군대가기 전에 필리핀으로 혼자 배낭여행 비스므레한 거 그 여행 떠날려고 한단다.
아니 이눔아 돈은 있냐? 무섭지도 않냐? 혼자서 어떻게 가냐? 했더니
그동안 알바 한 거 군대가서 쓸 돈 빼고
여행가서 쓸 돈 다 계획해 놨단다.
괜히 걱정부터 앞선다. 울 아들놈 이거 국제미아 되는 거 아녀?
다 컸다고 생각은 하지만 전국순회한다고 해도 말려야 할 판이다.
하긴 다른 집 애들은 부모가 어학연수에 해외여행 시켜준다는데
지 돈들고 뭐를 하든 이젠 막는다고 안 할 나이도 아닐테고.
언제가냐 했더니 곧 간다고 하면서 외할머니한테 말하지 말란다.
난리난다나..에휴..어째 좀 자리가 뒤바뀐 것 같다. 알았다고 했다.
그 통화를 끝내고 다시 울엄마한테 전화했다.
' 엄마! 엄마 외손자 필리핀 간대유! " 했더니
울 엄마 진짜 손자 말대로 난리시다.
비행기를 혼자타고 그것도 군대날짜 얼마 안남았는데 뭔 일 나면 어떻게 할려냐고 성화시다.
울 엄마 잔소리는 기본적으로 한 세번 들어야 끝난다.
그렇게 똑같은 말씀을 세번 다듣고 난 후
나도 한 마디 해야 한다.
' 엄마 그냥 냅둬유..지인생인디 어쩌겄슈유.."
그래도 그러시네 난 니 그렇게 안키웟다아!
아들놈 할머니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 들을 걸 그랬나 보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