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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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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닷컴에 로그인 할 때


BY 천정자 2012-04-06

몇 달 동안 내 글방에 들어오지 못했다.

별 일도 없었는데

언재 그렇게 시간이 후다닥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할려고 작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공간을 한 동안 비워놓고 다시 들여다보니 많은 사람이

내 애길 듣고 읽은 흔적이 조횟수로 나타난 것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얼마 전 딸내미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인데

고3이니 이젠 슬슬 취업을 알아봐야 한단다.

아님 대학진학을 할 거냐고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상담요청을 해왔다.

 

지적장애인이 다니는 학교도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고마운데,

뭣 모르는 딸내미는 취업을 할 것인지,

대학을 진학 할 것인지 한 참 고민하나 보다.

나에게도 몇 번이나 확인한다.

" 나 어디로 갈까?'  

 

순간 그 동안 벌어진 일들이 내 머릿속을 영화필름처럼 상영되었다.

아이를 업고 병원다니던 때부터

병원 복도에서 검사결과를 기다리던 그 초조한 내 얼굴에

딸내미가 내 얼굴에 뺨 부비고 등 기대었던 그 작은 애가

벌써 고3이라고 대학을 갈까 취업을 할까 고민 중이다.

정말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하더니

그렇게 어렵고 힘든 시간이 이렇게 옛말을 하듯이

아득히 먼 애길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 장애진단을 받은 대학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집에 가보니 눈이 퉁퉁 물에 불어 터진듯 부었다. 그래도 아이한테 진단결과를

말하지 못했다. 넌 그래도 괜찮은 거야..앞으로 더 나아질거야.

나에게도 딸에게도 최면을 걸고

날마다 그렇게 주문을 외듯이 살아 온 그 시간들이

하나도 어디에 흘린 것도 없는데도

모두 다 떠난 것처럼 아득하다. 

 

다행히 딸은 친구도 잘 사귀고 성격도 밝아 참 잘 자라 주었다.

엄마가 없으면 밥도 해놓고 나에게 언제 오냐고 문자도 할 줄 안다.

늘 만난 거 사와, 맛있는 거 사와 늘 이 문자를 애용한다.

나도 만난거 뭣 사갈까 답장 보내면

딱 한마디

" 족발!"

 

늘 똑같은 문자를 주고 받아도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밴다.

나도 팔불출 다 됐다. 성적이 늘 꼴등이어도 좀 뚱뚱해도 나를 살게 해 준 울 딸인데

이 정도만이라도 어딘데, 내가 죽을려고 맘 먹어도 나에게 그 통통한 뺨을 들이밀고 뽀뽀해 달라고 할 때

어떻게 죽을 맘이  다시 살 수 있는 약을 먹은 것처럼 기운이 뻗치는 것이다.

 

아직 더하기 빼기를 공부중이다.

그래도 난 딸에게 희망을 늘 공급 받는 중이다.

넌 나에게 너무 소중한 보물이다. 누가 이렇게 귀엽고 이쁜 천사를 나에게 줬을까..

 

또 다른 시작은 반드시 댓가를 치루는 법이다.

취업을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든 쉽게 얻을려고 하지마라.

쉽게 얻은 것은 모래성과 같단다.

너에게 반석이 되려면 너의 노력하는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단다.

이제 곧 스므살되는 딸내미지만

아직 일곱살박이 어린 내 딸이지만

나는 그래도 너를 제일 사랑한단다.

 

아줌마닷컴에 글을 쓴지 벌써 8년이나 되었으니

딸내미 키우면서 가장 힘든 그 순간들을 누구에게 하소연 하지 못하고

무슨 자랑이라고 말도 못하였지만,

혼자 주절주절 떠들다 보니 나의 한이 다 글에서 풀어진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무엇이 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한 것도 아닌

내가 어떻게 살아갈까 무엇을 하고 살까 앞으로 울 딸하고 같이 사는 동안

또 무수한 일이 생길텐데 이 일들을 누구에게 보고하라고 해도 들어 줄 귀가 없을텐데.

그 땐 그냥 무조건 나의 글방에 로그인 한다.

 

이 자리를 빌어 나의 존재가 드러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그 때마다 나는 로그인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