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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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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버린 강아지


BY 천정자 2011-09-29

개이름을 뭘로 지을까

우리집에 이미 착하디 착한 개가 두마리 있다.

둘다 암놈인데 한 마리는 우리 사람나이로 치면 환갑은 넘었고

이름은 순님이다. 또 한마리는 성질이 괄괄하고 또 다혈질이다. 암놈인데

사람 나이라면 한 서른즈음 됐을까.

 

복순이, 순님이 모두 남편이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시댁에서 강아지 한 마리 또 데리고 왔다.

데리고 온 쥴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아버지가 버린 강아지란다.

원 세상에 당신이 잘 키우시더니 뭐가 마음에 안든다고 강아지를 버릴까 싶어 물었더니 이번에 암수술 하셔서 보신탕 해 잡수신다고 키웠는데, 병원에서 먹지 말라고 하니 

속상하신지 그냥 갔다 버리면 또 대문앞에 앉아 있고 몇 칠 그랬단다.

 

하이고 나 원 참 기가 막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시골은 집에 개 한마리 항상 키우는 이유가 따로 있었구나 이해가 간다. 연세드신 분들은 당연한 연례 행사인듯 복날에 잡아 먹는 다고 닭키우듯이 개를 키우시는 분 중에 울 시아버님은 얼마나 속상하셨으면 아예 집안에 들이지 못하게 하셨을까 싶다.  

 

아버지가 남편보고 꼴도 보기싫다고 얼른 데려가라고 하시더란다. 그리고 먹던 개사료도 개밥그릇도 몽땅 챙겨서 울 집에 이사온 강아지를 보니 이거 참 기분이 묘하다.

이름이 뭐냐고 하니 아직 없단다. 무슨 소리냐고 하니 대뜸 잡아먹을 강아지한테 누가 이름 져주냐고 한다. 그렇기도 한데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봐도 예사롭지 않은 눈빛이다. 벌써 나를 보고 짖지도 않고 꼬랑지가 팍 땅바닥에 붙은 걸 보니 어지간히 아버지한테 눈총을 받았나 보다, 괜히 나도 서글퍼졌다. 아무리 잡아 먹을 용도라지만 어떻게 이름도 아직 없냐고 했더니 남편이 그럼 니가 져라 ...

 

뭐라고 지을까. 개한테도 팔자가 있다는데, 일명 " 개팔자 "

나도 사람이지만 그 개팔자도 간혹가다가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나 같이 게으른 사람들은 세월은 어디로 갔나 그런 거 걱정없고, 떠난 사람들 종적 물을 줄 모르고, 가면 갔나보다, 오면 오나보다 대충 대략난감 스타일인데.

 

아무리 봐도 이 강아지 눈빛이 우리집에서 오래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럼 무병장수하라고 좋은 거 다 들은 그런 이름을 져야 되는데

남편이 옆에서 그런다.

당장 개 집부터 사오란다.

 

근디 개집은 어디서 파는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