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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 담그는 법


BY 천정자 2011-08-13

게으른 며느리 뒤엔 반드시 게으른 시어머니가 있다. 헤헤,,다른 집 애긴 아니고 바로 우리집 애기다.

그런데 게으른 마누라 옆엔 반드시 부지런한 남편이 있다. 이것도 바로 우리집 애기다.

한 이십여년 게으르게 살다보니 이젠 남편도 지쳤나 깔끔도 덜 떨고 잔소리 하다가 하다가 지쳤나 입 아프게 말하는 것보다 얼른 해치우는 집안 일을 소리소문없이 처리한다.

 

울 마누라는 전혀 살림에 소질이 없다고 소문내고 다니는 게 났단다. 나보고 잔소리하다가 이젠 그렇게라도 나에게 복수 하는 방법인가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우리 시집이다. 마찬가지로 시어머니는 연로하시다고 아예 살림을 놔 버린상태다. 그렇다고 시아버지와 동갑이신데, 시아버지는 젊어서부터 김치며 나물이며 모두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은  셀프로 다 해결하신 분인데. 지금도 김치 담그는 것은 당연히 아버지가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다. 너무 어이 없는  것은 시어머니는 어머님 닮은 딸은 없지만.

똑같은 살림치에 게으른  며느리는 어디서 찾아 온 거냐고 하신다. 해도 해도 이럴 수는 없다는  그 말씀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덕분에 남편은 시아버지를 100% 살림기술을 이어 받았으니 어쨌거나 나는 요즘 마누라 맘에 안드는 남편들 홈쇼핑에 판다는 흉흉한 시대에  누구 남편은 마누라에게 어디가냐고 괜히 물었다가 마누라에게 맞아서  정형외과에 입원시키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것인데. 대신 울 남편이 나를 쳐다 보는 것이 참 애절하다.

 

" 니 그렇게 살지 마라아..."

이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나중에 죽어서 다시 부부로 만나면 니는 꼭 마누라가 아닌 남편으로 다시 만나야 한단다. 그래야 내 맘을 안다나..

가만히 애길 듣고 보니 이건 무서운 애기다. 원래 부부는 전생에 원수인지 아무튼 별로 안좋은 인간관계를 맺어 만난 인연이라고 하던데, 무슨 철천지 원수 삼을 일이 생전에 있었나 나중에 또 부부로 나는 남자로 다시 태어나라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싶어 나도 한마디 했다.

" 아니 내가 그렇게 좋아? 나중에 또 만나서 같이 살자고?'

울 남편 내 말의 대답이 간단하다.

" 그러니께 좀 배우라고 어떻게 털도 안뽑고 닭잡아 먹을 심보냐?"

아이고 아무리 스피드 시대라도 닭털도 못 뽑고 급하게 튀겨지는 치킨없고 털까지 몽땅 삶아 먹는 닭없다고 박박 우겼다. 그 때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시아버지가 직접 열무를 심어 오늘 다 뽑았단다. 손수 벌레를 잡아가며 하루에도 열 두번 갔을 텃밭에 심은 열무를 가져가서 열루김치 담그란다. 남편이 얼른 가잔다. 차에 실어서 오는 동안 남편이 또 잔소리다. 니 열무김치 담그줄은 아냐? 여태 니는 뭐 알고 사냐? 요즘 열무는 풀을 반드시  쒀서 풋내가 안나고 쓰지도 않고 색도 안 변하고 등등 하도 떠들어서 씨끄럽다는 얼굴로 나도 한마디 했다.

" 잘 하시는 분이 담그셔유~~~ 나야 들으면 뭐해 다 까먹는디?"

 

또 성질 급한 사람이 무슨 일이든 급한 법이다. 이걸 무르기전에 시들기전에 다 다듬으라는데 갑자기 난 졸리다. 시계를 보니 밤 9홉시가 금방 넘어갔다. 남편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슨 신레렐라는 밤 12시에 변하다지만 니는 아홉시 땡하면 잠이 오냐고 또 성화다. 그려 넌 자라 난 열무다듬어 놓을테니 니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꼭 담궈라 알았지?

대답이야 얼른 잘하지  하고 잤는데, 새벽 5섯시부터 일어나라고 닥달이다. 아이구 내가 못살아 좀 내비두면 어련히 알아서 할 일인데.

 

날이 뜨거우면 못하니까 새벽 일 나간단다. 그러니 얼른 열무김치 담그란다. 눈도 반도 못뜨고 주방에 가보니 열무를 다 다듬어서 깨끗히 씻어 놓은 열무소쿠리 옆에  양파, 부추에 마늘까지 다 남편이 준비해 놓은 것이다.

근디 어떻게 담그라고 했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풀도 쑤라고 했는데, 밥을 할려니 조금 남은 찬밥이 한 보퉁이 있어 에라이 모르겠다 싶어 그냥 찬 밥 남은 거를 푹 끓여서 물도 대충 타고 이걸 왕창 믹서에 갈아버려? 말아? 하다가 

양파에 마늘에 고춧가루에 풀하고 함꺼번에 다 갈아 버렸다.

 

가만히 보니 열무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남기면 그렇고 물도 더 넣고 젓국을 넣어 대충 간을보니 그런대로 맞는 것 같아 이 많은 걸 어떻게 버무리냐고. 이런 때는 남자가 쓱쓱 버무려주면 딱인데. 남자가 있다면 아침 잠 많은 아들뿐이다. 어떻게 할까 궁리하다 보니   김치통에 열무를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양념을 붓고 또 열무를 깔고 또 양념을 붓고 하다보니 이게 참 쉬운 방법이다. 나중에 익으면 참 맛나겟다. 소면 좀 사올까. 익으면 열무국수 해먹고 싶다. 오나가나 할 줄은 모르고 먹을 줄만 안다는 남편 타박이 생각이 난다.

 

그나저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울 시집에도 시아버지가 지금 쯤 김치를 담그고 계실텐데, 열무김치 담그는 쉬운 방법 전화로 알려드릴까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