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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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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BY 천정자 2011-07-27

내가 하는 일이 잡동사니다.

간호사가 직업인데, 어째 전혀 다른 법을 다루는 일을 많이한다.

의료기관에서 일한다면 좀 그럴듯한데, 사실 요양원에서 일한다면 별로 인정하는 눈치는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기죽을 것도 아니고.

 

요즘은 잠시 쉬고 있다.

일도 하던 일도 모두 정지상태다.

그렇다고 수입은 따로 있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되면 될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걱정도 나중에 그럴게 지낸지 한 일년이 넘어간다. 그렇다고 빚질리는 없겠지, 돈 없으면 안쓰고, 있으면 있는데로 버티기. 그런데 희안한 일이 생겼다. 생각지 못한 돈 바로 원고료다.

 

내가 전엔 벼라별 알바를 다 해봤는데 그 돈 받을 때 좀 머쓱하고, 주인 앞에서 돈 봉투도 못 열어보는 배짱도 없이 나중에 확인해보니 돈이 모자르다고 따지지 못해 그래서 억울한 심정도 부지기로 겪었지만, 원고료라고 통장으로 돈이 입금 된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참 이래서 글쟁이들이, 아니 작가들이 이 맛에 중독이 되어 죽어라 글 쓰는 구나..

 

여하튼 나는 원고료를 받았지만. 이상하게 그 돈 쓰기가 어렵다.  다 큰 자식이 나에게 처음 주는 용돈을 어떻게 쓰는냐고 말하는 어르신들 말씀이 무슨 뜻인지 좀 이해가 가고, 내가 쓴 글들이 그렇게 멀리 간 대신 나에게 보내온 댓가인데. 이 돈을 뭐에 쓸까 참 못 받을 땐 모자르다고 차라리 따진다고 하지만. 이건 받아도 걱정이다.

 

돈 생기면 뭐할까 별별 거 다 사고 싶고, 그동안 못 해본거 다 한다고 벼르고 별렀건만.

통장에 들어온 돈을 보니 그 생각도 모두 다 어디로 다 도망갔는지 종적이 묘연하다.

우선 울 시아버지 닭 한마리 사서 푹 고아드릴까 , 그동안 일 못해, 말 많어. 말 안들어, 게다가 고집은 뭔 똥고집인지 줄기차게 주장하는 못된 며느리가 어떻게 이렇게 철이들어서 이왕 잡을 거면 큰 장닭을 잡아다가 튼실한 인삼 몇 뿌리 넣고, 황기도 넣고 푹 고아드려야지. 생각만 해도 마냥 넉넉하다.

 

그런데 울 시아버지 아직 내가 원고료를 타는지, 아니 간호사로 알고 있는데. 뭘로 돈 벌었다고 해야 되는지 이건 참 난감하다. 그동안 울 시부모님 애긴 줄기차게 글감으로 써먹었으니 출연료를 따로 챙겨 드려야 할 것 같다. 하긴 나를 단련시키고. 훈련과정에 며느리로서 어지간히 곤혹스럽게 한 분들이고, 지금도 아직 고부간이나 부모지간이나 매끄럽지 못한 껄끄러움이 조금 남아 있지만 평생 살면서 조금씩 할 수 있을때 풀어나가야 하는 관계, 바로 가족이다. 어떻게 한 번에 다 화해가 될까 그많은 세월이 얼마나 많이 지나갔다고, 흔적없이 보이지 않는다고 모른다고 못 할 가정사들이다.

 

그나저나 애들이 다 커버렸다. 이젠 그 놈들 뺨에 뽀뽀도 얼굴도 잘부비지 않을려고 한다. 딸내미 엉덩이가 토실토실 얼마나 부드러운데. 지금은 만지면 징그럽다고 근처에도 못오게 한다. 돈 벌러 서울 간 아들 놈한테 전화했더니 전화도 안 받는다. 에구 천상 옆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면 옆지기라고 전화했더니 니가 왠일이냐 이런다.

 

어차피 집에 가면 보는 마누라 전화가 이상한가 보다.

그래도 어쩌랴. 할 말은 해야지.

' 응 자기야 오늘 일찍 와 맛있는 거 해놓을 께~~~!"

나는 전화가 끊어진 줄 알았다. 아뭇소리가 안들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했더니

" 왜 그려~~?"

 

으이그..그냥 하던대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