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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복권에 대한 오해


BY 천정자 2011-07-13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남편은 꿈을 잘꾼다.

좋은 꿈이던 나쁜 꿈이던 남편은 늘 아침마다 오늘은 무슨 꿈을 꿨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난단다.

또 어느날은 느닷없이 오늘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 말고

무조건 복권을 사오란다.

묻지마 복권도 어디서 파나 따지는 복권은 또 따로 파는 가게가 있나 싶었다.

사실 아직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남편이 시키는 심부름을 제 때에 사 온적이 없어서 그렇고, 뭐를 사러 시장에 가도 정작 그 살 것을  잊어버려 엉뚱한 것을 사가는데, 복권은 말해 뭘하랴 . 늘 번번히 그렇게 좋은 꿈을 꾸면 남편은 꿈꾸는 사람이고 난 복권사오라는 말을 듣고 나가다가 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렇게 산지 오래되니 이 번에 아예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니 정말 꼭 사와야 한다 안그럼 후환이 두려울 줄 알어? 세상에 복권 안사오면 겁주는 남편이 여기 나랑  살다니 기막히다. 그럴만도 하지 아무리 대박나는 꿈을 꾸면 뭐하냐? 니가 내말을 코로 듣는지  귀로 듣는지 남애기처럼 신경안쓴다고 또 잔소리다.

복권엔 관심도 없지만 사실 돈은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돈 많은 재벌도 아닌데 그 복권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생각하고 살았으니 남들 누가 복권 당첨되서 잘 사는니, 집을 샀느니 해도 그런가보다 했다. 우연히 들은 애긴데 부부가 복권에 당첨되면 우선 하는 일이 있단다. 바로 이혼이란다. 갈라지면서 반반 똑같이 나눠 갖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이혼부터 한다는 애길 듣고 많은 돈이 함꺼번에 들어 온다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을 부른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남편이 이번에도 복권을 안사오면 후환이 두려울 줄 알으라는 말에 도대체 무슨 꿈을 꿨기에 저 난린가 싶어 진짜 머릿털나고 생전처음로 로또복권을 사러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아줌마가 그러신다.

" 자동으로 아님 찍을려유?"

" 예! 그게 뭔소리예요?"



로또 복권 파는 아줌마가 나를 외계에서 왔나  아래위로 흩어보신다.

나도 빙그레 웃으며 그랬다. 제가 복권을 오늘 처음 사서 잘모르는데 자동이 뭐고 찍는 게 뭐냐고 하니 환하게 웃으시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자동은 컴퓨터로 번호가 찍어 나오고 찍는 것은 본인 맘대로 번호를 정하면 된다다.

나는 숫자에 무지 약하다. 숫자만 보면 경기만 안했지 아예 관심없이 그동안 잘 살았는데, 그 은행 통장 비밀번호도 하도 잊어버려 1818로 해버리니 얼마나 좋은데. 하긴 18은 너무하지만 절대 못 잊을 비밀번호를 바꾸고 나니 다시는 통장 재발급 받을 일도 없었다. 얼른 자동으로 한 장 달라고 했다.



그 날 저녁에 남편에게 주었더니 도로 나를 준다.

맞춰보란다. 아니 꿈은 지가 꾸고 번호는 나한테 맞추면 만약에 담첨되면 이게 누구거여? 말해놓고 보니 나도 헷갈린다. 그렇게 토요일은 로또복권을 번호를 발표하는 날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난 또 무한 상상을 했다. 그래 역대 당첨자들이 당첨 되기전 신의 계시나 기가 막힌 대박꿈을 꿨으니 다 당첨 된 것 아닌가? 이거 혹시 나도 재벌되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면 혹시 울 남편 푼수에 못생긴 나를 홀랑 버리고 딴 여자 델고 산다고 하면 그것도 참 귀찮은 일이고,  나도 딴데 다시 시집을 간다고 해도 내 돈 보고 결혼하자고 하지 이렇게 못생긴 사람 아직  성형수술 하려면 견적도 안나왔으니 언제하고 어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봤는데. 만약에 담첨이 되도 안됐다고 시침떼야지. 적어도 나이들어 나중에 같이 고생해서 그럭저럭 살다가 그렇게 평범하게 지지고 볶다가 갔다는 게 나은 거지 괜히 말도 안되는 일에 휘말려 늙으막에 정말 오갈데없이 혼자 덩그러니 남은 나의 미래를 상상하니 이건 영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가 아닌 것이다.그러다가 토요일이 후딱 지나고 일요일  월요일되도 복권 맞추라고 한 마누라가 꿩고기 먹었나 맞춰봤어 ? 묻는데  아차차!!

아직 안 맞춰 봤는데. 울 딸은 옆에서 그런다. 엄마! 또 까먹었지?



아마 남편은 꿈을 기가막히게 꿨나 이번에 틀림없이 당첨될 거라는 등 대체 꿈 애길 하지도 않고 나만 닥달이다. 밤 아홉시만 넘으면 졸다가 자는 나에게 11시는 한 밤중이다. 그 때 전화가 왔다. 알바한다고 외할머니한테 가 있는 아들놈이다. 왜그러냐고 하니 엄마 복권샀다며? 지금 맞춰봐 내가 당첨번호 불러줄께 이런다.



야 이자식아 ! 지금 자다가  눈도 안 떠지는디 뭔 복권 번호를 맞추라는 겨? 내가 내일 가게로 갈 겨" 그리고 전화를 끊고 자버렸다. 그 다음날도 그냥 잊어버리고 집에 돌아왔으니 이젠 딸이 그런다.

"혹시 엄마 당첨됐는디 안된거라고 말하는 거 아녀?"

" 뭣이?"

기가 막힌 울 딸 내 맘을 어떻게 알았을고.

사실 아직 담첨결과를 모르지만. 거기에 매여 사는 것도 내 방식이 아니고 그런 오해를 딸에게 받다니 에라이 모르겠다 얼른 날 밝자 마자 로또 가게로 가서 당첨 번호를 확인했다. 그러면 그렇지 맞을리가 있나 단 한개의 번호만 맞았다. 5000원짜리 5등도

못되었다. 돌아 오는 길에 오천원어치 황새기를 사서 돌아왔다. 감자랑 고등어랑 같이 조림하면 맛있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보고를 했다.

복권 꽝이라고 하니 그럴리가 없단다. 기가 막힌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집에 있는 감자를 밑에 깔고 고등어 자반을 올려 놓고 푹푹 지져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딸내미한테 문자가 왔다.

"엄마! 복권 맞춰봤어?"

답장으로

" 꽝이여~~" 했더니 울 딸이 답장이 왔다.

" 꽝이면 어떻게 되는 거여?" 이렇게 문자가 온 것이다.



오매! 이걸 뭐라고 애길 해야 되는 겨..꽝도 모르는 울 딸, 그러고보니 아직 울 딸은 요즘도 구구단 외우고 있는 중이다.  울 딸 지금 열여덞살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