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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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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으른 주부


BY 천정자 2011-05-12

혼자서 집에 있을 땐 내가 살림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나름 사는 방법이라면 내 마음이 편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뭘 꾸미고 붙이고 억지로 뭐하라고 하려면 되레 더 잘 안된적이 참 많다.

 

내 마음 가는대로 움직이니 마음이 움직이기가 싫으면 하루종일 옴짝달싹 안하고 방구석에 콕 박혀 리모콘만 들고

채널만 돌리다가 졸다가 잠이들어 일어나보니 하루가 바뀌어 아침이라 늘 이런식으로 살다가 갑자기 바뻐지거나 큰 일이 생기면 그게 더 귀찮다. 사실 말이지 아무리 내가 나를 생각해도 사는 게 용하다. 요즘 대한민국의 주부라면 온 가족의 건강에 신경쓰느라 웰빙식단이네, 환경에 신경 쓰느라 시장에 가도 이게 유기농이냐  아니냐? 등등 따질 것도 많고 확인 할 것도 많고, 더욱 애들을 가진 학부모라면 좀 바쁜가 오죽했으면 애들 성적은 부모하기 나름이라고 할 정도다.   

 

 

옛날에 없어서 못 먹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요즘은 너무 잘먹어서 배불러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그 덕에 다이어트식품이 쌀한가마보다 더 비싼 세상이니 나도 한마디 한다면 거 좀 덜 먹고 좀 덜 쓰고 그럼 어지간하게 살만한데, 내 친구 중에 살이 쪄서 매일 같이 산타는 게 일이된지 오래라 내가 이친구 얼굴보러 산에 가야 만나니, 잠 잘 것 다 자고 고민은 나중에 미뤄두고 뭔 일이 생겨도 이미 일이 난 거니까 알아서 스르르 풀어질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겠지 이런다.

 

나보고 그런다. 니는 뭐가 걱정이냐? 얼굴에 세상걱정은 몽땅 남 준 것 같은 표정이란다. 살다가 남에게 줄 게 따로 있지 걱정을 준다고 받아 갈 사람도 없을테고, 하긴 신경쓰고 걱정만 하면 될 일이 따로 있다는 애긴 들어 본적이 없다.

 

애들이 곧 나이가 차서 혼기가 다가오는 친구 애길 들어보니 나도 한 숨이 나온다.

아들은 집 한 채 마련해줘야 장가를 보낸다고 딸은 그 집을 다 채워주는 혼수를 해가야 결혼을 한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울 아들 장가 갈땐 집 없으니 울 마당에 집 하나 더 짓든가 아님 니 알아서 잘 살어라 방치를 하듯이 할 것 같았나 친구는 또 그러네. 이구이구 니가 그런 걸 미리 걱정할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뭐하러 하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워낙 게을러서 고민도 걱정도 게으르다. 그렇다고 미리 땡겨서 한다고 확실하게 되는 일도 없을테고.   

 

그런데 한가지 진짜 걱정되는 게 있긴 있다. 짧아도 10년 이상 길면 소꿉친구들 몇 십년 지켜온 친구들이 고혈압이네 당뇨네 병걸린 애길 듣다보면 이러다가 나이들어 같이 놀 친구들을 간호하러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웃지못할 고민을 한다. 괜히 나이드는 게 아닌데. 노화도 병의 분류에 든다고 하는데, 성형수술해서 눈을 크게 하고 주름을 바짝올리는 것도 중요한데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야 두고 두고 재미나게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나 아프면 뭐하냐 남편이 자식이 열 있어도 건강한 부모가 대우 받는 시대이니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해줘야 은퇴하고 할 일 없어 슬슬 여행이라도 갈려면 골골한 친구들 업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냐고 했다. 나이들어 제일 소중한 것은 말 안해도 소통되고 말통하는 친구 하나만 있어도   열 부자가 하나도 안부럽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했다.

 

이 참에 나이들어 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테니 친목계나 하나 만들까 했더니 나같이 게으른 회원들은 그냥 돈만 보내라고 통장계죄번호만 주란다. 왜그러냐고 하니 여행도 가야 가는 거지 이건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챙겨주는 계주가 영 시원치 않으니 한 번 모일려면 진짜 힘들겠단다. 집에서 뒹굴 뒹굴 잘 노는 선수인데 뭐하러 집 밖으로 나와 고생하고 다니냐고 내가 그런적이 있어서 영 미덥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을 한 번 바꿔볼까 보다, 나이들어 잘 살려면 먼저 마음을 부지런한 리모콘으로 바꾸면 또 누가알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사방팔방 이 구석 저 구석 헤집고 다니는 여행칼럼을  쓰고 다니는 여행가가 될 지 누가 아냐고 했다.

 

우선 카메라부터 살까보다. 확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