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 집에 상개구쟁이가 된 이 눔이 울 남편이 젤로 애지중지 하는 잡종견 복순이가 또 사고를 쳤었다. 뒷집에 사는 토끼를 그냥 콱 물어 죽이고 몇 칠 근신중인데 글쎄 남편은 나보고 그 토끼 값을 내 주란다.그것도 거금 사만원을 주란다.
열 받아서 한 마디 했다.
" 저 사고뭉치 개 팔아서 토끼 값 물어줘!"
울 남편 그러지 말란다. 지 성질 못 이겨서 그렇지 저 놈이 얼마나 순하냐고
그리고 사료도 떨어져가는데 사료도 사오라고 하는데 남편이 나에게 온 문화상품권을 본 것이다.
이 문화상품권은 원고료 대신 온 것인데 남편은 혹시 이걸로 사료를 살 수 있냐고 묻는다.
글쟁이는 아닌데 심심찮게 들어오는 원고료로 사료를 사다가 줬더니 그걸 먹고 무슨 배짱으로
두 번이나 뒷 집 토끼를 죽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당장 개장수한테 팔아서 돈으로 물어 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아니 세상에 교양이 없어도 유분수지..그 고상한 문화상품권을 갖고 어떻게 개사료로 바꿔 오라냐고 차라리 딸내미 만화책을 사줘야 겠다고 단단히 맘을 먹었다.
그렇게 개가 좋으면 자기 담뱃돈으로 사 올 것이지..
개가 성질 두 번만 더러우면 온 동네 닭이며 토끼는 죄다 물어 죽일테니
튼튼한 개줄이나 한 개 더 채우라고 했다. 절대로 안 풀어지는 개줄이나 혹시 요즘 비밀번호만 누르면 철컥 열리는 자동개줄은 개발 안했나 알아보고 있으면 당장 사오라고 했다.
그래서 복순이를 한 번 옆으로 째려보고 정면으로 째려봐도 이 눔이 영 눈을 마주쳐 주지 않는다. 니 죄를 알렸다아 이렇게 했더니 알아 들었나 개 집에 쏙 들어가 버린다. 나도 개 집앞에 앉아서 어떻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토깽이를 물어 죽이냐고 누군 성질 못 내서 안내는 줄 아냐 니 그럼 아예 저 개장수한테 몸무게도 안재고 도매 값으로 팔아 넘긴다고 하는 소리를 남편이 옆에서 듣더니 알았단다. 사료 사오라고 따로 돈 준다네. 진즉 그럴 것이지..
그런데 몇칠후에 아침무렵에 뒷집주인이 담넘어 울 남편 이름을 막 부른다. 남편이 쪼르르 그 집으로 가더니 얼마후에 다시 돌아오면서 하는 말이 울 복순이 때문에 이젠 다시는 토끼를 기르지 않을 것이고 대신에 개가 더 한 번 풀려서 밭에 개 발자욱 한 번이라도 찍히기만 하면 여차없이 우리한테 손해배상을 요구할테니 그런 줄 알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도 개의 주인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데, 개를 오랫동안 키우는 동안에 이런 일은 처음당한 일이라 진짜 조심을 시키던지 아님 개우리를 만들어 소처럼 키우던 양자간에 선택을 해야한다고 나도 한마디 했다.
남편이 또 그러네.
이번엔 개우리를 하려면 철창으로 만든 개집이나 아님 개줄을 사오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생각한 것이 창고에 일단 개를 가둬놓고 개집도 창고에 넣고 보니 집속에 또 집이 있다. 자기도 잘못한 것을 아나 고개를 문턱에 턱 걸치고 눈만 꿈벅꿈벅 나죽었소 이런 표정이다.
오늘 아침에 보니 사료가 떨어져간다.
그 동안 영화를 볼까 연극을 볼까 궁리중이던 문화상품권으로 사료달라고 하면 줄까?
고상한 고민하다가 왠 개사료로 빠지냐고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