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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세상을 꿈꿨을까?


BY 천정자 2011-04-15

사실 내가 이 작가방을 선택한 이유는 조횟수가  많지 않아서다.

그 당시엔 하루에 몇 명이 읽었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혼자서 일기장처럼 주절주절 투덜대고 지운 글도 있었다.

지금도 내 글에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방바닥에 노트북을 놓고 편안한 자세로 글을 읽는 분도 있을테고,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검색을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누가 이런 세상이 올 줄 알았을까?

 

얼마전에 옛날 영화를 보았는데, 두 연인이 약속 시간이 어긋나 못 만나서 안타까운 얼굴을 보고

요즘 같음 핸드폰으로 딱  한 통의 문자로 어디냐고 물으면 될 상황인데, 그 땐 그렇게 못만난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서로 찾아 다니는 것이 큰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땐 그런대로 그런 일들이 추억이 되어 서로 애틋하게  묻은 사연들이 많다.

 

요즘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뭘 봐도 싱거운 이유는 길가에 드디어 흐드러지게 피는 벗꽃이나  죽은 화가가 다시 살아나 사람들 몰래 온통 노란색과 분홍색을 뒤범벅으로 뭉텅뭉텅 물감을 범벅을 하여 페인트보다 더 진하게 칠하고 다니나 보다. 온 세상을  캔버스로 만들어 색칠을 하고 다닐려면 얼마나 바쁠까...    

 

어릴 때의 봄은 뜻도 없이 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뜻없이 가는 길도 없고, 그냥 가는 인생도 없고, 나름 사는 곳에 각각의 주소를 틀어 쥐고 사는 민들레를 봐도

그냥 왔다가 훨훨 날아보는 홀씨의 꿈이 세상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 깨달았다.

 

너른 들에  별별  봄나물들이 지천으로 올라온다.

사는 이유가 봄을 만나기 위해서 얼은 땅 밑을 녹여 끝까지 밀고 올라오는 생존의 힘이 정말 천하장사다.

허리 굽은 초로의 한 여자가 연신 쑥이랑 보리뱅이랑 씀바귀를 캐면서 절을 하듯 고맙다는표정이다.

멀리서 보면 일부러 허리를 굽혀서  절을 하는 폼이다.

 

오늘은 무척 바쁜 하루일텐데, 저 나물 다 캐어 장에 내다 팔면 가족에게 또 힘이 되고 또 누구에게도 봄을 전달하는 전령사가  된 것을 아시려나..

 

그래 오늘 하루는 천천히 한 번 거리를 걸었다.

일부러 운동화를 신고 벗꽃 핀 나무 그늘에 서보고

나도 그토록 기다린 봄인데 나무도 얼마나 꽃피는 날을 기다렸을텐데 마중하는 기분으로 눈빛을 마주치고 얼굴을 읽었다.

 

사는 것이 힘들더라도 한 번 세상에 오기 위해서 억겁의 시간을 지내야 다시 볼 수 있다는 곳에

이렇게 같이 땅을 딛고 어깨를 나란히 두고 서서 보는 푸른 하늘이 드높아져 더 넉넉해진다.

 

연두의 계절이 이제 곧 짙은 본격적으로 초록색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참 즐거운 상상으로 나도 화가처럼 붓을 들어 내 마음을 드러낸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