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봄소풍을 간단다. 그리고 전화에 문자질이다.
"엄마 나 김밥 싸줄꺼지?"
" 엄마 만난거 사오면 뽀뽀 해줄께!"
내가 이 문자를 받고 얼른 답장을 했다.
"몇 번 해줄껀대?"
그럼 답장이 온다.
"만난거 많이사오면 마니마니"
또 전화가 온다.
"엄마 지금 내가 뽀뽀해줄까? 엉?"
보나마나 지 핸드폰에 입술을 부벼대고 그게 뽀뽀란다.
용돈을 줬더니 요즘 애들 신는 발목양말을 사왔는데 그림이 좀 이상하다.
여자애 얼굴에 눈도 작고 가운데 코는 없고 주근깨가 몇 알 찍혀서 내가 물었다.
"쫌 이쁜 여자애 그린 걸로 사오지 그러냐?" 했더니 대답이 간결하다.
" 응 나 닮아서!"
진짜 그러네 ...
울 딸 나 닮아서 낮은 코에 주근깨가 잔잔히 뿌려진 걸 사온거다.
개성시대라고 하더니 못생긴 여자애가 그려진 양말을 팔다니. 헤헤
기분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김밥을 싸 줘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주부경력 수 십여년이면 뭘하나,
김밥 옆구리 터지게 싸는 법은 못 배웠는데 희안하게 나는 옆구리 터지는 김밥은 잘 싼다.
그래서 김이 두 장으로 터진 옆구리 감추고 썰면 중간에 있어야 할 재료들이 제 각각 한쪽으로 몰아
어떻게 이런 기술을 부리고 싶어도 못할텐데, 울 딸 나의 솜씨에 기대하는 것은 벌써 포기한 눈치다.
그래서 목하 김밥연구를 했다.
굳이 핑게를 대자면 못싸는 것은 당연하니 재료라도 신선하게 요즘 잘나가는 웰빙김밥을 싸볼까 하다가
아는 언니가 몇 년 전에 담근 매실장아찌랑 잔멸치랑 우엉도 넣고 그렇게 대충 둘둘 말았다.
요리엔 칼라가 화려하게 색색으로 나와야 하지만. 그건 일단 물건너 간 거고 그렇게 싸고 있는데
모양이나 색이 우중충하게 보였나보다.
"엄마! 이게 김밥이야 뭐야?"
김밥이야 확실하지 좀 생긴게 못생겨서 흠이지만. 흐흐
김밥을 썰어 김방꽁지를 줬더니 딸내미 눈이 휘둥그래 해지더니 맛이 없나 눈을 꼭 감는 것이다.
속으로는 그냥 집에서 먹어야 되나보다 했다.
"엄마 이거 디게 맛있다. 많이 많이 싸 줘? 애들이랑 같이 먹게?"
그려 !! 칭찬받은 고래가 춤추듯이 진짜 많이 싸줬다.
나도 맛을 보니 그 언니가 준 매실장아찌가 아삭아삭 씹힌다.
잔멸치가 씹히고 우엉이 씹는 맛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소풍간 딸애가 전화가 왔다.
" 엄마 집에 김밥재료 또 있어?"
왜그러냐고 하니 애들이 맛있다고 다 먹었단다,
그래서 나도 한 마디 했다.
"야 그 김밥 누우가 만들었지?~~"
"응 우리엄마가 만들었어 하고 막 자랑했다아!"
오늘 저녁에도 김밥싸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