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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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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봄바람 났지?


BY 천정자 2011-03-30

친구가 디리릭 문자를 한 통을 나에게 보냈다.

"니 봄바람 났지?"

 

답장으로 나도 한통의 문자를 보냈다. 웃는 표정을 넣고

" 어!"

 

그렇게 낮에 문자 주고 받기를 한 후 저녁에 잠들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문자 한통을 보냈다.

 

"나 오늘 시청가서 완전 마무리했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래서 통화키를 꾸욱 눌렀다.

 

" 뭐를 완전정리 했다는겨?"

"으이그 이거사 나 이혼서류 니가 써준거 땜에 완전 재판이혼 됐다구?"

 친구의 대답에 망치로 한 대 두둘겨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랬구나..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축하한다는 말은 더 더욱 못하겠고

겨우 한다는 대답이

"그려 고생했겠다. 그거 디게 복잡하지?"

" 에구구  말도 마라 그래도 아주 시원하다 야?"

 

작년에 친구가 나를 붙잡고 엉엉 울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 나 이혼 해야된다.왜 그러냐면 세상에 딸내미 이름으로 핸드폰을 쓰더니 그 요금을 안 내서

신불자가 되었다고 나보고 원망하듯이 애가 나를 잡더라 나 남편 복없는 거 그거 애당초 바래지도 않는데

어떻게 가족에게 그것도 자기 딸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냐? 누구한테 물어보니까 나 이혼하면 그 가족명의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더라 나 좀 도와줘 내가 뭘 아니?"

 

사실 그 친구에겐 자리만 남아 있는 남편이었다.

결혼은 나보다 먼저 했지만 같이 산 햇수를 따지면 몇 해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에

그런 애길 들으니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것이 그 딸이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핸드폰 요금뿐만 아니라 워낙 사고뭉치인 아빠의 치닥꺼리를 해야 할 것이 확실한 것이다.

 

재판이혼을 해야 하는데, 소송료는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다.

에라이 모르겟다 싶은 심정으로 무료법률구조공단으로 무작정 찾아가서 상담을 해보니 의외로 할 길이 따로

생긴 것이다. 사람 죽으라는 법이 없다고 하더니.

 

그런데 이 친구가 진술서를 써야 되는데 그 진술서가 참 기가 막힌 글솜씨도 필요 한 것이 아닌데.

쓰고 가져가면 뭐가 부족하다 확실한 증거도 대야한다 등등 두 번이나 퇴짜 맞았다고 무식하면 이혼도 못하겠다도 또 나를 붙잡고 울어대니 밤새도록 그 하소연을 다 듣고 보니 내가 이혼을 하는건지 내 친구가 이혼을 하는건지 정신이 뱅뱅 돌았다.

 

진술서엔 일부러 없는 사실만 골라 쓰면  안되지만 사실 있는 사실도 육하원칙에 맞춰 써야 되는데. 이 친구가 쓴 것은 주제가 저는 억울합니다. 그 동안 맞고 살았습니다. 아이들 생활비를 내가 벌었습니다 그런 내용만 열거를 있으니 변호사는 병원에서 치료 받은 차트나 진단서가 있으면 그걸 첨부해서 갖고 오라고 했는데, 정작 내 친구는 내가 몇 년도에 맞았는지 그것도 기억이 가물거린다고 하니 나도 이거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참 막막했었다.

 

당장 큰 상처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때린 남편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맞은 사람도 맞긴 맞었는데 언제 몇 시에 몇 대를 맞았나 그걸 정확하게 진술하라고 하니 친구도 답답했던 모양이다. 거기다가 증인도 서야 된다는데 나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무조건 내가 증인을 서야 한단다. 산증인이라나..

 

그렇게 어렵게 몇 번을 고치고 어렵게 제출한 진술서가 접수가 되고 만 일년만에 판결이 나서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한 친구 애길 듣고 이거 참 좋은 일인지 아닌지 솔직히 말한다는것이 더 어렵다.

 

" 근디 니 왜 나한테 봄바람 났냐고 문자 보냈냐?" 했더니

" 응..시청에서 나오는디 니가 생각나더라 근디 딱 그 문자를 보내고 싶은 거여? 그냥?"

 

그래 ..그랬구나..이왕 날려면 제대로 바람이 나야 되는데

요즘 봄바람이 먼나라 일본 덕에 나면 안된다고 했더니 와르르 환하게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넘어 크게 들린다.

 

" 잘 살어라..내 친구야..나이드니까 새로운 친구 사귀는 것보다  오래 된 친구들이 더 보고 싶고 귀하더라.."

 

오늘은  날씨가 참 좋은데..일본에 원전이 어떻게 진정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