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보고 그런다.
도대체 이 달에 몇 번 밥을 해봤냐?
한 세 번 해줬나? 네 번 해줬나?
반찬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단다.
도대체 신경을 어디다가 쓰냐고 한다.
헤헤..내 신경이야 내가 쓰기 나름이지 뭐.
봄이 왔으니 햇것이 먹고 싶은거다.
뭐라도 하나라도 겉저리를 무쳐 올려주면
감동하는 남편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신혼 땐 남편이 반찬투정한다고 남편에게 대들면서 밥상을 뒤집은 이후
남편은 그 이후로 나에게 반찬투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내 별명이 생겼다.
"깡패마누라"
지금은 조폭마누라라고 할테지만 그 땐 내 성질은 한마디로 드러운데다 목소리는 작냐 것도 아니고
남편은 나랑 부부싸움 할 때 내 손에 집히는 것들은 치워가면서 싸웠다. 다른 부부들은 남편이 살림 때려
부순다고 난리인데, 내가 집어 던지고 부수면 나중에 치우고 수리하는 것은 남편이었다.
바야흐로 그렇게 이 십여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요조숙녀는 아니지만 소리 질러 대는 마누라도 아니다.
한 번 소리지르니 배에 힘이 빠진다. 살림 때려 부시는 일도 없다. 다만 너무 오래 된 가전제품은 고장이 나서 못 쓰니 뭐하러 때려 부시나..헤헤. 그 만한 힘도 없고.
그 때를 지나고 보니 참 창피하다. 특히 남편에게 미안하고 그렇다.
그래서 좀 잘 해주려고 하는데 이 반찬이 내가 하고 난 후 나도 이거 먹어 말어 애들보고 맛있냐 물어도
대답없이 반찬이 영 안팔린다. 작전을 바꿀까 아님 요리학원은 다녀버려?
남편이 해주는 김치찌게는 디게 맛있는데, 내가 한 김치찌게는 그 맛이 왜 안나냐구 했더니
남편 한 마디 한다.
" 다 정성이여!"
솜씨가 있기 전에 가족에게 향하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데 나는 그 말이 너무 어렵다.
어디서 정성만 들어간 조미료는 안 파나?
오늘은 부추 겉저리를 해 봤다. 하다보니 젓갈이 너무 들어갔나 숨이 팍 죽은 부추짠지가 되버렸다.
남편이 그걸 보더니 또 한마디 한다.
" 하나씩 먹어라 이거 부추 짱아찌냐?"
문득 나이들면 음식 할 때 자꾸 짜게 한다는데
에구 뭐하나 제대로 배운 것도 없이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나보다.
삼월인데 냉이며 달래장에 나물을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아 ! 나도 이제 좀 정신 좀 차려야 겠다 마음을 먹었다.
시장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