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건너편 아파트가 이번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제일 앞동이라 커튼을 활짝 젖히고 자유로운복장으로 편히 살았는데 이제는 바깥커튼은 친 채로 살고 있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어느정도 햇볕도 가려줘서 덜 덥다.
오늘은 동거인들이 다 출근하고 혼자 노는 날이다.
일단 무선청소기로 온집안을 구석구석 밀고 찍찍이가 붙은 걸레밀대로 물걸레질까지 마쳤다.
이사오기 전에는 남편과 아들이 청소도 해주고 설겆이도 보이기가 무섭게 해놓더니 이사온 후로는 남편은 청소기를 두 번 만졌고 아들은 서너번 만졌다.
그 나머지는 온전히 내 일거리가 되었다.
남편도 이제 나이들어가면서 귀차니즘이 생겼고 게다가 많이 바쁘고 피곤한 걸 아니까, 아들도 출퇴근시간이 조금 더 걸리게 되었고 고단한 직업임을 아는지라 가끔 투덜거리면서 내가 집안일을 전담하고 있다.
다른 건 다 할만한데 무선청소기가 문제다.
애초에 다이슨 유선청소기로 사려고 했는데 거의 단종되어간다고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LG전자 최신형 무선청소기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노인이 사용하기에는 좀 무겁다.
청소기만이라도 남자들이 돌리라고 하면 청소 후에 내가 부직포 밀대로 다시 밀거나 박스테이프를 말아서 온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머리카락을 떼내야 하니 그것도 일이다.
요즘은 방마다 문턱도 없어서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면서 청소하기 쉽다는데 나도 이모님(로봇청소기 애칭)을 모셔와야 하나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