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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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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세유?


BY 천정자 2011-01-16

서울에서 살 땐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 만나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한다.

그렇게 몇십년 살다가 충남 어느 먼 시골로 내려오니 동네 주민들 인사가 " 어디 가?"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정색을 하고  대답을 했다.

" 그걸 왜 물으셔요? '

 

지금은 내가 더 이 말을 잘 쓴다.

아는 사람 만나면 아유 ! 어디 가유?~~~

 

어디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하고 전화 걸면 묻는 말도

" 지금 오는 겨? "

대답도 간단하다.

" 지금 나갈 겨!" 

전화통화 시간을 보니 단 30초로 초 스피드다.

 

연세드신 분들은 거침없이 젊은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나이를 묻는다.

" 띠가 뭔 띠여?"

띠란 곧 나이와 같으니  착착 알아 맞추신다. 어떤 분은 사주까지 뵈 주실려나 언제 태어난 시까지

챙기신다. 처음엔 이런 풍경에 나는 아연질색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더 잘 묻는다.

" 거긴 뭔 띠여? 젊어 뵈는 디.."

나도 이러니 한 동네 사는데 집안 구석구석 호구조사 저절로 기억이 된다.

 

동네에 이사와선 처음엔 어디서 살어? 이렇게 어르신들이 물으면

나는 우리집 주소를 대었다. 그러면 어르신들 웃으신다. 사실 같은 동네 주민들 동네 이름도 같은데, 그 때 나도 물었다 어디 사세유?

대답이 어! 저어기 저짝 동네 끄트머리여~~

이 대답을 듣고  그 동넨 따로 이름이 붙은 줄 알았다.

 

지금은 누가 나보고 어디사냐고 물으면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한다.

" 여기서 쫌만 가면 우리집 나와유~~"

 어르신들 고개를 끄덕끄덕 하신다.

 

한 겨울 한적한 요즘은 눈오고 추우면 아랫목 뜨뜻한 곳에 옹기 종기 모이셔서 고돌이 한 판에 날 새는 것도 게 눈 감추듯 하루가 홀딱 넘어가는 것이 금방이다. 그럼에도 늘 부산한 것이 생긴다.

말이 많으면 탈도 나기 마련인데, 툭하면 어르신들 삼자대면 하느라 늘 바쁘시다. 누가 이말 했냐? 저 말 했냐? 시시비비도 초 스피드다.

" 한 겨? 안 한겨?"

 

결국 대답도 한 마디

' 겨어!" 

 이 말은 모두 인정한다는 말이다. 일종의 자백이다.

시골에서 오래 같이 살다보니 나도 이 말을 자주 애용하게 되었다.

가게에서 친구가 물건을 들었다 놨다 갈등하면 

" 아! 살 겨  말 겨?"

그럼  친구는 그제여 나를 쳐다보고 지갑을 꺼낸다.

 

말무덤이 따로 없다. 늘 소뮨은 나게 마련이고 풍문이 마당에 실려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시간이 흐르면 뭐가 뭔지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데 여기선 간단하게 한 마디로 요약이 되버린다.

" 그게 아닌가 벼~~"

전혀 사실무근이며 그로 인하여 많은 문제들이 발생되어 난리 법석이 났는데

이 한 마디로 확실하게 깔금하게 정리된다.

 

그나 저나 나도 얼추 시골사람 다 되었다.

원주민보다 더 이 사투리를 곧 잘 쓴다.

누가 길 물어보면 아주 간단명료하게 가르쳐 준다.

" 앞으로 쭈욱 가유?"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그러면

" 쫌만 가유..."

사실 나도 이 조금만이 5분인지 15분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가는데 그냥 여기 오래 살면

한 시간도 조금이 된다. 한 나절도 잠시 잠깐이라고 하는 동네다.

 

한 번은 어르신이 나보고 고향이 어디시냐고 그런다.

처음엔 서울사람이라고 했더니 얼굴에 갸웃갸웃 눈빛으론 아닌 것 같다는 표정이시다.

또 어떤 사람이 물어서  시골여기가 고향이예요 했더니

" 어이구 그렇게 생기셨네요 "

 

이거 참! 오래 살다보니 내 얼굴도  바뀐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도 좋다. 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