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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쥬스 만드는 법


BY 천정자 2010-10-21

나는 엉뚱한 짓을 잘한다. 내 엉덩이는  뚱뚱하지 않는데

생각은 진짜 엉뚱하게 잘도 한다.

 

우리집 근처엔 논 아니면 밭인데. 이 밭 중에 거진 다 고구마 밭이다.

밤고구마, 호박 고구마 . 그냥 고구마는 없나? 헤헤

내가 요즘 이 사이버 작가에도 못 오고 마음이나 몸이 온통 고구마 빝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첫서리를 맞아 고구마 잎도 노릇노릇 해지면 드디어 고구마를 수확하러 주인이 나타나시는데 완전히 기업형이다. 오시는 일꾼들이 수 십명이고 하긴 밭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하루에 다 캐가지 못한다. 큰 트럭이 몇 대오고 지게차가 밭에 와서 불끈 고구마 상자를 실어 트럭까지 실어 나른다. 멀리서 보면 장관이다 구경도 잠시 나는 준비한 호미와 쌀자루를 들고 이미 다 캐서 작업을 끝낸   밭에 입장을 하여 고구마 이스락을 줍기 시작했다.

 

이삭이라고 하지만 여긴 이스락 줍는다고 하는데, 내가 잘 하는 것은 일단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한 고랑 차지하여 끝까지 호미질을 하면 아직 일꾼들이 찾지 못한 큰 고구마들도 연줄 연줄 나온다. 금방 태어 난 신생아 머리 만한 것도 있고. 내 주먹 만하게 얄상한 것도 툭 튀어나오고 하도 호미질을 하다보면 어깨가 아픈데. 고구마가 깊은 땅 숙에서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픈 것도  모르고 캐면 나오니 신나게 캔다. 어떤 아저씨는 곡갱이를 갖고 와서 한 번에 내리치면  땅속 깊이 들어간다. 그렇게 캐다보니 한 자루는 금방 채우고 같이 간 울 딸내미는 이만 하면 충분하다고 집에 가자고 자꾸 보챈다. 힘든 호미질도 하기 싫고, 줍는 것도 싱드렁해서 그러는데. 나는 간다고 맘만 먹으면 이상하게

한 호미질에 큰 고구마들이 줄줄이 대박이 터지니  갈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캐고 가지면 고구마가  안 나온다.

 

밭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고구마순도 시퍼런갓이 싱싱하다. 이것도 시장에 가면 한단에 몇 천원 할텐데.

그 생각에 한 무더기 고구마순을 뜯고 앉아 있으니 해지는데  이 지지배는 빨리 가자고 성화내다가 신경질까지 부린다. 한 참 뜯어 차 트렁크에 실으니 배가 고프다. 워낙 노동을 하면 이런 배고픔은 당연하거고. 집에 와서 보니 캘 때는 잘 몰랐는데, 몇 박스인지 모르지만 엄청 많은 것이다. 아이고 이걸 다 언제 먹냐고 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캐는 욕심은 많은데 양은 전혀 고려치 않아 한자루가 엄청나게 많은 양이 되었다.

 

아들이나 집에 있으면 구어먹고 쪄먹고 별 걸 다 해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수를 내야 겠다는 생각에 고구마효소를 한 번 만들어 봐야겟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작년에 조금 담아서 아쉬웠던 차에 이렇게 많이 담그면 일년내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고구마엔 수분이 의외로 많다. 설탕 비율은 1.4: 껍데기를 깎지 않은 고구마는 1 로 설탕을 버무려 큰 항아리에 담아 밀봉을 하고 한 삼 개월을 두고 난 후 개봉하면 진짜배기 고구마 향이 그윽히 난다.

 

이 고구마쥬스를 마실  땐 원액에 물을 7-80%를 타서 아침 저녁으로 음용하면 변비예방에 변비가 심한 환자에게도 좋은 쥬스다. 왜냐하면 고구마 껍데기가 섬유질 덩어리인데 이 섬유질이 효소로 살아나서 그대로 장까지 죽지 않고 간다. 시래기와 같은 역활을 한다. 그리고 고구마 찌꺼기는 그냥 채에 걸러 낸 다음 그 찌거기로 한 번 얼굴을 문질러서 한 30분 있다가 세수하면 얼굴이 보들보들 하다. 스킨로션 안발라도 얼굴이 댕김이 없다. 건조한 피부는 더 좋다. 겨울엔 그냥 고구마도 좋은 간식에 건강식이니 일석 이조의 먹거리인 셈이다.

 

옛날엔 고구마로 엿을 고아 만들어 먹은 지방도 있었는데. 잘 기억은 안난다.

또 고구마 캐러 가야 하는데, 울 딸이 이젠 안간다고 한다. 그 정도면 됐지 그런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낚시꾼들이 자꾸 낚시하러 가는 이유를 좀 알겟다.

 

호미질에 턱 걸리는 그 고구마밭의 손맛을 또 보고 싶다.

나 혼자라도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