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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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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쇼핑을 잘하는 것 같애


BY 천정자 2010-10-16

나는 마트를 가면 우선 장바구니를 든다.

바퀴달린 거는 밀고 다니는 거라 밀고 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내 손에 집어 

가득 채워도 힘든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고객쎈터에 가서 묻는다.

"저기 세제 파는데는 어디예유?"

그러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나는 그 세제가 있는 곳까지 다른 곳에 절대 눈을 안 준다.

오로지 속으로 생각을 한다.

나는 세제를 사러 왔어

세제만 사면 되는거야

용량도 비교하고 가격도 비교하고

아 참 요즘 환경을 위해서 무슨 원료로 만들엇는지

꼭 확인하고 사고 말거야

이런 생각으로 주방세제를 천천히 고른다.

요즘은 살뜬물 세제도 판다. 그 가격이 좀 비싸다.

우리집에 페트병에 내가 만든 쌀뜬물이 생각이 퍼뜩 난다.

집에 있는 것을 뭐하러 돈주고 사냐?

그 다음 가격을 비교해본다.

예쁜 병에 담긴 것은 더 비싸다.

리필로 파는 것은 용기에 담긴 것보다 조금 싸다.

그걸 집어 넣고 얼른 카운터에 돌진하듯이 향한다.

 

가는 중간에 시식을 하라고 하는데 그걸 먹으면 안 살 배짱이 없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무조건 카운터로 향해서 줄을 선다.

 

카운터 근처에도 치아에 좋다는 껌이 두 개, 세 개  묶어서 세일을 한다고 그게 보이는데

한 개 값이 두 개다. 잠시 맘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 껌통을 집고 용기에 용량을 확인한다.

정상가격의 용량이 아니다. 그러니까 쎄일용으로 만든 제품인 것이다.

나는 미련없이 내려 놓는다. 나는 오로지 세제만 사러 왔기 때문이다.

 

계산 할 때 봉투도 필요 없다. 달랑 세제 한 개

카운터에 계산원이 나를 쳐다본다.

" 고객님 고객번호 불러 주세요?"

" 전 없습니다!"

" 현금영수증 해드릴까요?'

" 안 해도 되유"

 

.

돌아오면서 나는 혼자 중얼중얼 거린다.

" 헤헤..나는 마트에 갔었어..세제만 샀어 잠시 세일하는 껌에 유혹을 당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어 ? 잘 했어! 암 잘하고 말고!"

이렇게 나는 세제만 사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