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한 이십년이 지나면 가전제품들도 늙는다.
시집 올 때 장만한 것들은 그 당시 다 최신기계였지만
지금이 되니 그냥 고물로 가져가라도 쓰레기 비용을 따로 줘야 가져 간단다.
얼마 전에 드디어 다리미도 불이 깜박 깜박 들어오다가 말더니
전혀 열기가 돌지 않는다. 이 다리미도 언제 산 건가? 한참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갔지만 녹슨 기억력이 그 때를 기억하면 용한 점쟁이보다 휼륭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다리미도 이젠 고물상으로 가게 생겼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빨래를 다리미질 할려면 많은 전기가 드는데, 나는 세탁기에서 금방 끄낸 빨랫감을 차곡차곡 잘 펴서 쌓아 놓고 그 위에 무거운 쇳덩이리가 된 고물 다리미를 턱 올랴 놓았다. 한 두어시간 후에 빨래를 탈탈 털지 않아도 그대로 건조대에 널어도 구김살이 없이 빳빳한 빨래를 보고 큰 일 날뻔 햇다고 했다.
고장난 무거운 다리미도 다 쓸데가 있다. !! 헤헤..
텔리비전도 1997년산이니까 이게 몇 년 된것이여? 따져보니 한 13년된 건데
우리집 TV는 오래 되가면 갈수록 이거 참 가관이다.
화면 아랫쪽에 검은 선이 자꾸 굵어지고 넓어지는데
그 잘생긴 아나운서도 예쁜 탈렌트 얼굴도 몽땅 입이 합죽이처럼 확 줄어들어
어떻게 보면 외계인들처럼 머리는 이따만하고, 아무리 몸매가 이쁜 모델이 나와도
다리는 짧고 허리는 길고 상반신은 오이지처럼 줄어들게 보이는데, 우린 하도 봐서 중독이 되어 그런 걸 별로 웃기다고 생각을 안했는데, 하루는 딸내미 친구가 놀러와서 울 집 텔리비젼을 보더니 도저히 웃겨서 이건 코미디라고 어디 세상에 이런 일에 나가야 된다고 하더란다. 딸 친구는 몇 시간동안 웃고 갔다. 딸내미는 나보고 그러네. 창피해 죽겟다고 빨리 바꾸라고 난리성화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거 빨리 바꿀일이 아니다.
그 재미난 개그프로도 하도 봐선가 왠만한 자극적이지 않으면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도 억지로 웃음소리까지 같이 방송하는 요즘인데.
" 야 그 친구 우리집에 또 한 번 오라고 해라? 딴 대가서 그렇게 웃을 수는 있는데가 어디 흔하냐?"헤헤..
그런데 요즘 이 웃기는 렐레비전이 소리가 나오다 말다 한다.
벙어리가 되가니 출연진들 얼굴 다 이상해 소리도 잘 안나오니 바꾸긴 바꿔야 되겠는데 요즘 어떤 것이 좋은 것인가? 알아 볼려고 하다가도 이 참에 아예 없앨까 고민중이다.
나도 이런데 오랜 결혼 생활 하는 친구들도 그런다.
결혼해서 냉장고도 한 세번을 바꾸고 세탁기도 두 세번 바꾸고 고물되고 버리고
가구도 싫증나면 버리고 새로 사고 그러는데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걸 못한단다.
" 남편은 어째 가면 갈 수록 내 맘에 안드냐?"
그게 참 그렇다. 사람을 어떻게 바꿔? 오래되었다고 가치가 없다고 무시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닌데, 사람 성격을 고쳐가며 같이 산다는 것이 젤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들어 이사 갈 일이 생기게 되면 남편들은 제일 먼저 할 것이 있단다. 짐 다 싣기 전에 얼른 익스프레스 기사님 옆에 꼭 미리 탈 것!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