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자는 거여? 시방.

날짜가 되었으면 방세를 갖고 오던지 지금 주던지 해야 될 것 아녀?

 

주인집 아저씨는 울 남편 면전에 삿대질에 멱살도 잡았다가 놓았다가 난리가 아니다.

같이 온 주인 아줌마는 자꾸 옆에서 말로 혀유 말로 혀유 이러고.

난 오금도 못피고 멀뚱히 쳐다보고

여섯살박이 아들놈은 주인 아저씨 한 번 쳐다보고 붉어진 아빠 얼굴 쳐다보고

이렇게 두 달 밀린 삭월세때문에 남편은 생전 한 번도 당해 보지 못한 곤역을 치루고 있었다.

 

저기요..지가요 몇 칠내로 드릴께요. 남편은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말을 들은 주인 아저씨는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 당장 방을 빼던지 아니면 보증금에서 까던지 할테니 그리알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키가 남편보다 머리하나 작으신데 힘은 아마 남편보다 더 쎈 것 같았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면서 그러신다.

"사지육신 멀쩡해가지고 처자식 먹여 살리는 게 그렇게 만만한 줄 아남? 시상이 야박하다고 하덜말고 나도 처자식이 넷이여... 너무 서운하다고 생각말고. 나두 인제 환갑인디 누구한테 손 벌려 사는 것도 염치가 없음께!"

이젠 뒷도리까지 챙기고 휭하니 나가신다.

 

순식간에 남편의 얼굴이 납덩어리다. 무겁지만  어쩔 수 없이 가장이 된 것이니 아무리 어머니편을 들어 나를 몰아대기 전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었다.

사실 나에겐 수중에 돈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혼생활에 거진 백프로가 일상으로 이뤄지는 것을 남편은 잘 모르고 있었다. 세금에 전화고지서에 애들 놀이방원비에 삭월세에 날자는 정확히 돌아오건만 그런 걸 잘 모르고 사는 철없는 철딱서니 큰 아들이었다. 세상에 처가 등골 배먹는 여자라고 시어머니가 아무리 일러도 돈은 자기 가정에 갔다 줘야 하는데. 무슨 큰 효자상 나라에서 받을 일 있나 도무지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을 못했다.

 

그런 상황을 난 잘 이겨내야 했다. 까짓거 내가 이혼을 왜 안하는데.. 이혼하면 울 엄마가 또 재혼하라고 할까 봐  그랬다. 그게 귀찮았다. 혼자산다고 울 엄마 분명히 딴 남자 줄줄히 선보라고 할테고 괜히 어렵게 일  꼬일 것 없이 하나씩 작전 짜가며 현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약은 여우 피한다고 도망갔다가 범 만나는 세상이다. 남편하나에 기대어 먹고 살 신데렐라는 동화책에만 아직 출연중이고, 나는 나대로식을 새로 만들어야 했었다.

 

쌀이 떨어지니 난 말없이 보름 동안 국수에 칼국수에 수제비에 순전히 밀가루로 때웠다.

일종의 오기였다. 생활에 밥 세끼가 정확히 순서 어기지 않고 썰물 때와 밀물 때를 알고 온다. 일상을 무시하지 말라는 차원으로 난 말 없이 버텼다. 급기야 어린 아들이 그런다.

" 엄마! 왜 밥안 주는거야?"

 

남편도 그제야 묻는다. 난 아무 표정없이

"쌀 떨어졌어!"  이랬다.

그제야  주방에 나가보더니 슬며시 저녁 무렵에 쌀 20kg를 어깨에 메고 들어오는 것이다. 

"쌀 떨어지면 애기 혀?"

내가 먼저 애기 하나마나 쌀 떨어질 무렵이 되면 쌀통을 먼저 확인하는 남편이 되고 있었다.

 

전깃세도 전화세도 수도세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러 연체를 시켰다. 진짜로 전화선 끊어지고 전기도 끊겼다. 불행중 다행인지 그 때 한 겨울이어서 냉장고 안 돌아가도 버틸수 있었지만 이젠 수도도 끊는다고 연신 수도공사에서 어떤 아저씨가 노란 종이를 들고 오신다.

남편은 또 어리버리 한 얼굴이다. 나보고 큰소리로.

왜 돈을 안 냈는냐고? 따졌다.

난 아무 표정없이 말했다.

"당신이 나보고 언제 돈 줬어? 세금 내라고?"

 

할 말이 없나 등 돌리느며 신경질을 팍 냈다.무슨 여자가 능력이 그렇게 없냐고 나보고 되레 큰 소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겐 그 뿐이였다. 세금이라는 게 한 번 내고 말 돈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려야 했다. 죽을 때까지 일상의 종류라고 말로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수 밖에.

 

한달을 전기없이 살았다.물론 테레비니 전기가 끓겼으니 무용지물이 되었다.

인내는 쓰고 고생은 달다  이렇게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앞으로 두고두고 잘 살려면 할 수 없었다.

결국 남편은 그제야 밀린 세금 내라고 돈 봉투를 주었다. 난 받지 않았다. 그것 받으면 남편 또 등골 빼먹는 천하의 나쁜년이 되니 당신이 직접 한전에 가서 내라고 했다. 수도세도 전화요금도 모두 당신 통장으로 자동이체 시키라고 했다.

 

자기집이 있어 방세니 전세니 남편은 생활이나 돈의 감각이 없었다.분가해서 나와야 되니

물론 방도 남편보고 얻으라고 했다.

그렇게 방을 얻은 걸보니 수입에 맞지 않게 보증금은 그렇다치고 월세가 너무 비쌌다.

누가 방 세 칸을 다 쓴다고 했나 그것도 독채로 얻었으니 비쌀 수 밖에.

그래도 난 아무 말 안했다. 집 넓어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유지비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겨울에 난방비가 방세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 남편은 방마다 돌아 다니며 잠그고. 전깃세며 수도세는 꼬박 꼬박 잘 챙기더니 또 울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돈을 안 번단다.또 생색을 낸다. 그 동안 남편덕에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았다나.

 

난 그래서 그러라고 했다. 남편은 착각했다. 내가 잘 알아서 세금도 내고 방세도 잘내고 그렇게 할 줄 알았나 보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난 집주인을 찾아 갔다.

"이제부터 방세를 못 드리겠네유. 울 신랑이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등골 빼 먹는 년이라고 생활비를 벌지 말라고 했나봐유. 그래서 인자 방세는 못 드리겠네유." 난 훌쩍 훌쩍 울면서 코도 팽팽풀면서 하소연 했다.

 

이 소리를 듣던 주인 아주머니는 무슨 소리냐고 자꾸 묻고, 주인 아저씨는 

" 그려서 지금 신랑 뭐하고 자빠졌남? 요즘에 간이 부어도 한 참 부은 놈도 있네. 기둘려 봐 내 두달 삭월세는 안 받는 거치고 아 요즘 세상에 지 아들 며느리 잘 살아달라고 빌어 줘도 시원찮은 시상이여. 아이구 참내..애기엄마 울지말고 집에 가 봐. 내가 두달후에 갈테니!"

 

나는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거듭을 했다. 인제 나 혼자 산다고 해도 하나도 걸리적 거릴 이유 없다. 나 죽어도 내새끼랑 남편은 또 혼자서 살아 나가야 한다. 그래 내가 이렇게 안하면 평생 부모그늘에서 못 벗어난다. 또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남편은 또 빈둥거렷다. 또 날 보고 놀리기도 했다 가난한 며느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주인이 그렇게 와서 난리를 피고 갔으니 남편한태 최대의 수치였다. 나도 그렇게 오셔서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남편은  집주인에게 봉변을 당한 것이다.

 

남편이 또 그런다.

" 야 ! 당장  한달치 방세라도 꿔 와 봐?" 그 말끝에

난  배시시 웃으며 그랬다.

"남에게 돈 꾸는 것보다 당신 어머니한테 가세요?

뭐 이런 구질 구질하게 밸밸 거리는 며느리옆에서 빌 붙어 사느니 으리으리한 자기집으로 가는 게 더 쉽고 잘살겠네!" 그러고는 대문 쾅 닫고 나왔다.

 

얼굴은 안 보았지만 남편은 또 얼결에 씩식대며 시어머니한테 전화를 했을 것이다.

"엄마! 인제 어떻게 해야 되? "분명히 그랬으니 저녁에 나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니 아범한테 뭐라고 한 겨?"

" 아! 예 어머니,,저기요 큰 아들 도로 보낼테니 아주 화목하게 잘 데리고 사셔요. 전 방세도 못내는 가난한 며느리라서 도저히 책임을 못 지겠네요?"

" 뭐야? 니 지금 뭐라고 했냐? 내가 뭐하러 아범을 데리고 가? "

"그럼 상관 말고요. 아범한테 전해드리죠. 인제 어머니도 큰아들이 안 보고 싶다고 전해드리면 되죠? 그럼 먼저 끊겠습니다. 뚜우우..."

 

말 전하나 마나 옆에서 남편은 다 들었다. 난 무표정하게 한마디 했다.

"주인보고 방 내놓으라고 했어 내 주제에 이런 널찍한 집에 사는게 과분하지. 당신도 집 알아봐야 겠네. 어머니 말 들었지? 당신 안 데리고 간대?"

남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이른 아침되니 남편이 없다. 드디어 어머니에게 갔나보다 했다.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 벨이 울렸다.

집 주인 아저씨였다.

"아! 애기엄마?  얼른 옆에 있는 식당으로 와?"

"왜요?"

"신랑이 방세도 주고 술도 사주네. 같이 먹어야지? 애들도 다 데리고 와 얼른?"

 진즉 그러지...꼭 말망치로 두둘겨 맞아야 맛인감.

그 이후로 남편은 삭월세와 세금을  절대 빼먹지 않았다.

 

작업공책) 한 십여년 전인디..참 세월이 이렇게 지나고보니 이것도 추억이라고 웃음이 나네요..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