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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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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몰러 나간다아!


BY 천정자 2010-06-10

" 아니 토깽이를 사 준다고 하더니 왜 꿩고기 먹었남 왜 안 사오는 겨?'

복순이가 물어 죽인 토끼를 빨리 사오라고 남편전화에 뒷 집 아저씨가 새벽부터 울 집에 오셔서 닥달이다.

 

차라리 돈으로 환산해서 주고 싶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토끼가 한 마리에 얼마더라 것도 잘 모르겠고. 더구나 새끼 뺀 에미토끼는 더 더욱

시세를 모르는데, 남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저기유..낼 모레까지 시간 좀 주셔유?"

" 틀림없이 사 올 거지? 내가 월매나 애지중지한 것디 그걸 그렇게 콱 물어 죽이냐구? 근디 저 개 복날 잡을겨?"

 

복 날 삶아 먹을 삼계탕거리 다 섯마리나 죽였으니 그 죄값으로 아예 복날 잡아먹자고 뒷집 아저씨가 복순이 앞에

뒷짐지고 협박하듯이 큰 소리를 치시니 남편은 우물쭈물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복순이는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나 죽었소 시늉을 하나 꼬랑지가 팍 꺽였다.

 

그렇게 토끼를 구할 시간은 낼 모레인디

48시간안에 어떻게 홀홀단신 싱글 토끼도 아니고 새끼 밴 에미토끼를 수배해도 이거 구할 수가 없을 것 같고

이 참에 저 개팔아버려!~~ 글고 그 돈을 그냥 다 주라고 하고 싶었다.

 

남편은 아저씨가 가고 난 후 복순이 개밥그릇을 들고 사료를 듬뿍 준다.

' 니 또 그러면 말복이고 뭐고 복날 개패듯이 잡을 겨?"

복순이가 또 알랑알랑대네.

세상에 나는 개가 저렇게 아부를 떠는 것은 처음본다.

어쩜 사람하고 똑같은 눈빛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얼굴이다.

 

그렇게 나는 출근을 하고 저녁에 돌아오니  남편의 무릎팍이 까져서 빨간약을 발라달라고 하는 것이다.

왜그러냐고 하니

토끼 찾으러 다녔단다.

울 복순이가 사고친게 온동네 소문이 자자했으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얼핏 남편의 친구가 산에 사는 산토끼가 몇 마리 봤는데 굴을 파고 산다는 것을  봤단다.

 

더구나 한 토끼는 배가 불룩한 것을 보니 곧 새끼를 낳을 것이니 한 번 가보라고

집토끼도 아니고 산에 사는 야생토끼를 잡으러 갔는데 그게 쉬울 리 있나.

 

남편의 친구들이 같이 위에서 몰고 남편은 밑에서 구르는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가 돌무더기에 팍 꼬꾸라져 넘어진 것이다. 약을 발라 주면서 그래서 토끼를 잡았냐고 하니

" 그 놈이 안 잡히고 배기 간? 토끼가 앞 다리가 짧은 게 올라갈 땐 겁나게  빠른디 아래로 뛸 때 그냥 데굴데굴 굴러버려!"

" 그래서 굴러오는 거 잡았어?

나는 잡은 줄 알고 물었더니

" 아니 못 잡았어 내가 있는 쪽 반대로 구르더랑께?' 

참 내 굴러오는 토끼 못 잡은 애기에 웃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낼까지 토끼는 해준다고 하고

만일 그 에미가 쌔끼를 낳으면 똑같은 것 안해줬다고 뒷 집아저씨가 구살이를 분명히 줄테고.

 

 

그런데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 뭐? 토끼가 잡혔다구? 알았어 내가 지금 갈 께?"

무슨 소린인가 나도 같이 가자고 따라 나섰더니

어쩜 세상에 울 동네에서 한 십리즘 떨어진 외딴 집에 복순이가 물어 죽인 그 재토끼를 키우고 있는 집에서

이 토끼를 판다고 하시는거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 토끼 주인이 갑자기 아프셔서 토끼 밥을 못 챙기고  좀있으면 새끼도 낳을텐데 관리도 안되느니 차라리 팔아 버린다고 남편의 친구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세 마리나 되는 토끼를 뒷 집 아저씨에게 드렸다.

입이 함지박만하게 웃으신다.

" 아이구 어떻게 이런 놈을 구했디야?' 당신도 내심 걱정을 하셨나보다.

남편이 자초지종을 말하니 미안하다고 하신다.

'어이그 우리가 미안 하지유? 저기 토끼장이나 튼튼하게 만들어 놔유? "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토끼값을 얼마 줘야 하나?

가격을 흥정 안했다고 했더니 울 남편 딱 한마디 한다.

" 이 만원 달라고  그래서 달라는 대로 드렸어"

 

오늘도 참 뻑적지근하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