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토깽이를 사 준다고 하더니 왜 꿩고기 먹었남 왜 안 사오는 겨?'
복순이가 물어 죽인 토끼를 빨리 사오라고 남편전화에 뒷 집 아저씨가 새벽부터 울 집에 오셔서 닥달이다.
차라리 돈으로 환산해서 주고 싶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토끼가 한 마리에 얼마더라 것도 잘 모르겠고. 더구나 새끼 뺀 에미토끼는 더 더욱
시세를 모르는데, 남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저기유..낼 모레까지 시간 좀 주셔유?"
" 틀림없이 사 올 거지? 내가 월매나 애지중지한 것디 그걸 그렇게 콱 물어 죽이냐구? 근디 저 개 복날 잡을겨?"
복 날 삶아 먹을 삼계탕거리 다 섯마리나 죽였으니 그 죄값으로 아예 복날 잡아먹자고 뒷집 아저씨가 복순이 앞에
뒷짐지고 협박하듯이 큰 소리를 치시니 남편은 우물쭈물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복순이는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나 죽었소 시늉을 하나 꼬랑지가 팍 꺽였다.
그렇게 토끼를 구할 시간은 낼 모레인디
48시간안에 어떻게 홀홀단신 싱글 토끼도 아니고 새끼 밴 에미토끼를 수배해도 이거 구할 수가 없을 것 같고
이 참에 저 개팔아버려!~~ 글고 그 돈을 그냥 다 주라고 하고 싶었다.
남편은 아저씨가 가고 난 후 복순이 개밥그릇을 들고 사료를 듬뿍 준다.
' 니 또 그러면 말복이고 뭐고 복날 개패듯이 잡을 겨?"
복순이가 또 알랑알랑대네.
세상에 나는 개가 저렇게 아부를 떠는 것은 처음본다.
어쩜 사람하고 똑같은 눈빛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얼굴이다.
그렇게 나는 출근을 하고 저녁에 돌아오니 남편의 무릎팍이 까져서 빨간약을 발라달라고 하는 것이다.
왜그러냐고 하니
토끼 찾으러 다녔단다.
울 복순이가 사고친게 온동네 소문이 자자했으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얼핏 남편의 친구가 산에 사는 산토끼가 몇 마리 봤는데 굴을 파고 산다는 것을 봤단다.
더구나 한 토끼는 배가 불룩한 것을 보니 곧 새끼를 낳을 것이니 한 번 가보라고
집토끼도 아니고 산에 사는 야생토끼를 잡으러 갔는데 그게 쉬울 리 있나.
남편의 친구들이 같이 위에서 몰고 남편은 밑에서 구르는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가 돌무더기에 팍 꼬꾸라져 넘어진 것이다. 약을 발라 주면서 그래서 토끼를 잡았냐고 하니
" 그 놈이 안 잡히고 배기 간? 토끼가 앞 다리가 짧은 게 올라갈 땐 겁나게 빠른디 아래로 뛸 때 그냥 데굴데굴 굴러버려!"
" 그래서 굴러오는 거 잡았어?
나는 잡은 줄 알고 물었더니
" 아니 못 잡았어 내가 있는 쪽 반대로 구르더랑께?'
참 내 굴러오는 토끼 못 잡은 애기에 웃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낼까지 토끼는 해준다고 하고
만일 그 에미가 쌔끼를 낳으면 똑같은 것 안해줬다고 뒷 집아저씨가 구살이를 분명히 줄테고.
그런데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 뭐? 토끼가 잡혔다구? 알았어 내가 지금 갈 께?"
무슨 소린인가 나도 같이 가자고 따라 나섰더니
어쩜 세상에 울 동네에서 한 십리즘 떨어진 외딴 집에 복순이가 물어 죽인 그 재토끼를 키우고 있는 집에서
이 토끼를 판다고 하시는거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 토끼 주인이 갑자기 아프셔서 토끼 밥을 못 챙기고 좀있으면 새끼도 낳을텐데 관리도 안되느니 차라리 팔아 버린다고 남편의 친구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세 마리나 되는 토끼를 뒷 집 아저씨에게 드렸다.
입이 함지박만하게 웃으신다.
" 아이구 어떻게 이런 놈을 구했디야?' 당신도 내심 걱정을 하셨나보다.
남편이 자초지종을 말하니 미안하다고 하신다.
'어이그 우리가 미안 하지유? 저기 토끼장이나 튼튼하게 만들어 놔유? "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토끼값을 얼마 줘야 하나?
가격을 흥정 안했다고 했더니 울 남편 딱 한마디 한다.
" 이 만원 달라고 그래서 달라는 대로 드렸어"
오늘도 참 뻑적지근하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