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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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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이 사고쳤습니다


BY 천정자 2010-06-09

아들 이빨 부러졌다고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분명히 치료비나 돈드는 애길 먼저 할테고 상대방 학부모를 당장 만나자고 할 까봐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새옹지마라고 아님 오비이락인가

울 집 젊은 개 암놈 복순이가 사고를 낸 것이다.

 

울타리겸 길게 지은 닭장이 있는데

그 동안 비어 있다가 남편친구가 열 댓마리 병아리들을 갖고 온 것이다.

근처 양계장에서 부화하여 삐약거리는 그 병아리들이 제법 크니 툭하면 닭장을 탈출하는 바람에

딸이나 나나 도망가는 중닭을 쫒아다녔었는데.

우리가 나가고 한 낮에 너 댓마리가 또 마당에서 풀짝거리고 놀았던 가보다

울 복순이는 사납기로 정평이 난  풍산개가 아빠고 진도개로 엄마인 족보가 좀 섞엿지만.

이 하룻강아지가 아닌 하룻병아리들이 그 앞을 알짱알짱 노닥거렸으니

우리집에서 잘 사는 고양이도 잘 못 잡는 쥐를 발로 잡아 노는 것을 우연히 본 나도 상상이 간다.

 

아무리 잘 묶인 개라도 열받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힘 덕분에

세상에나 쇠로 된 개줄이 뚝 끊어져 그 닭들을 모조리 잡아 죽인 것이다.

남편이 낮에 비료를 가질러 마당 안에 분위기가 이상하더란다.

여기 저기 닭들이 죽어서 털들이 풀풀 날리고

복순이는 개줄과 함께 보이지 않아 동네 이장에게 방송을 하라고 할 참인데

그 때 전화가 오니  뒷 집 아저씨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시더란다.

 

" 아니 울 집 토깽이를 그 집 개가 세 마리나 물어 죽였당께! 빨리 여기로 오라구?'

남편이 가보니 제법 다 큰 재토끼들과 한 놈은 낼 모레면 새끼를 낳을 예정인데

고삐 풀린 망아지도 아니고, 목줄 끊어진 개 한 마리가 온 동네 휘젖고 다녔으니,

금방 묘종한 수박이며 토마토에 강낭콩이  어느정도 떡잎이 자리잡혔었는데.

그 걸 밟고 다녔으니 밭이 쑥대밭이다.

 

개 주인이 남편이니 남편은 손이 붙을 지경으로 살살 빌어대고

그리고 배상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다시 나와보니 복순이의 개줄이 비닐 하우스에 줄이 꼬여서 고개가 들지도 못하고 있더란다.

 

꼭 상개구쟁이가 사고를 치고 구텡이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나.

몇 칠 사이로 아들은 맞아서 이빨 부러져,

자식같은 개가 뒷집에 잘사는 토끼는 왜 물어 죽여가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남편이 그런다.

" 장날 토끼를 사러 가야 되는디 새끼 밴 토끼를 사달라는디 그런 것도 팔까?"

 

나도  장에는 많이 가봤지만 새끼내서 고물고물 이쁜 토끼는 많이 봤어도

새끼 밴 토끼를 파는것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고. 토끼 뱃 속에 몇마리가 들어 있는지도 전혀 모르니 참 갑갑한 것이다.

 

대답한다는 것이

' 근디 당신 아들이 학교에서 싸워서 이빨이 부러졌는디.."

어떻게 그냥 툭 튀어 나온 말에 남편이 또 전화를 찾는다.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 야 이눔아 니가 무슨 조직이냐? 깡패냐? 엉? 어..그 래서..알았어! 이 눔아 치료 잘 받고 글고 몸 잘 챙겨라? 알았지!"

 

옆에 묵묵히 듣고 있던 나에게

' 토끼를 물어 줘? 돈으로 줘?"

 

내 생각으로는 말 안듣는 개나 사고치는 개만 사는 개장수한테 넘기고 싶은데

그 거 팔아 토끼를 사주던지 돈으로 주던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싶었다.

 

마당에 복순이가  묶여 자리에 철퍼덕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정말 개자식이다. 자식을 어떻게 팔어.. 이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