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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자녀에게 식당에서 술을 권하는 부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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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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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턱 내기


BY 천정자 2010-05-29

" 엄마! 우리도 아파트로 이사가자?

통닭도 시키면 안 오고 짜장면도 시키면 멀다고 안오고

울동네 너무 후진거여? 그런거여? "

 

시골에 이사와서 제일 먼저 황당한 것은 신문이 못 온다는 것이고

우유며 야쿠르트등 각종 배달을 시킨다는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처음엔 내가 그냥 시장에 가서 사가지고 온다는 것에 불안감이고

그것도 매일매일 시장 간다는것은 게으른 나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나도 이렇게 불편했으니 아들놈이나 먹을 탐이 많은 딸내미는 오죽했으랴?

 

아들놈이 아마 초등학교 때인가 보다.

집에 집전화도 없는데 바로 또래친구의 옆집 전화로 근처 중국집에 짜장면을 배달 시켰단다. 내가 집에 없으니 돈도 아마 지 용돈에서 조금식 모은 것을 꼬깃꼬깃한 종이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빼 다시 세고 확인하고 하다보니 한 시간이 지나도 짜장면이 안 오더란다.

다시 그 친구네 전화로 중국집에 전화하니

" 너무 멀어 가다가 짜장면 불어 못 가!" 이러고 끊더란다.

아들 눔 그 이후로 그 짜장면 못 먹은 것이 두고 두고 한이 되었나

왜 우리집은 중국집도 멀어 치킨 집도 멀어 피자도 한 번도 못 시켜 먹을 동네로 이사왔냐고 입이 댓발 나왔었다.

 

누구땜에 여기로 이사 온 건디.

학교 가까운 곳에 살아도 학교가는 시간이 1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한 시간동안 가는데.

정작 담임선생님이 애를 지각으로 처리해야 할지 결석으로 해야 할지 학부모인 나에게 물어서 참 난감한 상황을 누가 만든 건데. 이 눔아 니가 학교만 잘 다니면 시장 가까워 중국집도 치킨집도 피자도 하루 열 두번 시켜도 올 거다 했더니 내가 언제 그랬냐고 그런다.

 

 

나도 건망증이 심하지만 울 아들은 아직 쌩쌩한디 어째 지가 한 짓을 잘 기억이 안난다고

무슨 청문회에서 들었을 같은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다.

 

한 겨울에 전화 한 통만 하면 족발도 치킨도 날아오는 곳에 살아보고 싶다나 어쟀다나.

으이그..밤 중에 그런 거 많이 먹으면 살만 찌고 고혈압 생기고 아침에 눈 퉁퉁 붓고 좋은 거 하나도 없더라 했더니 그건 그 때고 울 동네 마트나 생기라고 기도 해 볼까?

 

이거 딸이나 아들눔 때문에 오늘 내가 시장에 한 번 가 봐야 겠다.

야채순대나 한 이천원어치 사고,  미니 족발인가 그거 좀 사고 요즘 오이고추 아삭아삭 한 거 매운 고추 못 먹는 딸땜에 한 삼 천원치 사고     우유도 한 팩 사고 글고 뭐 살까?

 

요즘 텃밭에 오이도 제법 자라고 왕토마토도 불쑥불쑥 크고 엊그제 호박묘종을 했는데

그거 따 먹을려면 한 참 걸릴테고, 방울토마토나 사서 엑기스나 담을까보다.

 

매실 담그는 법이랑 똑같은데, 토마토 엑기스는 천연 소스를 생각하면 된다.

사실 소스에 식품첨가물이 더 많다 . 맛을 내기 위해 첨가된 것이 더 많은 인공 소스보다

토마토엑기스로 쥬스도 타먹고 조미료처럼 이용하면 맛도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나름 사는 법을 아름 아름 익히다보니 큰 돈 별로 안들어도 만족을 알게 되고 작고 시시한 것들이 나에게 어떤 가르침보다 더 큰 가르침를 보여주는 것을 알았다.

 

요즘은 애들이 이사가자는 말은 안한다. 대신에 나한테 전화는 부지런히 한다.

" 엄마 올 때 맛있는 거 사와? 알았지!"

 

헤헤..그래 내가 오늘은 맛있는 거 많이 사간다. 한 턱 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