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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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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튀겨 먹자구?


BY 천정자 2010-05-08

"아이고 씨끄러워서 잠 못 자겠어!

저 개구리 다 잡아다가 튀겨먹자?

왜 저리 우는 거여?"

 

아무리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논바닥에서 신나게 짖어대는 개구리들을

뭐? 몽땅 튀겨먹자고?

 

아니 한 겨울에 우수에 경칩을 견디느라 얼마나 힘들게 사는 것들을

지 잠을 못자게 한다고  딸내미가  신경질이다.

 

울 딸이 이제 열 일곱이다.

그러니까 울 딸이 두 살 때 급하게 단칸방을 얻어 겨우 잠을 자는 첫 날

어디서 왁왁대는 소리에 나는 이 소리가 무슨 소린가? 창문을 열어 보니

논인지 저수지인지 하수만 모이는 곳인지 캄캄해서 구분은 못하였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리방이 경계로 바로  생활하천을 모아 흘려 보내는

그 중간인 것이다.

 

어쩐지 월세가  너무 싸다고 했다.

그 하수처리장 옆에서 우린 여름 내내 황소개구리들 때문에 몇 질동안 더 잠을 못자다가

나중엔 면역이 좀 되더니 황소 개구리나 마나 황소할아버지 개구리가 와서 울부짖어도 끄떡없이  쿨쿨 잠을 자게 길들어졌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니  또 한가지 추가 되는 소리가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였다.

워낙 개구리들 때문에 그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묻혀서 안 들렸으니

방 옆에서 왁왁 울어대는 개구리소리보다 그래도 좀 멀리서 지나가는 기차 기적소리나 레일 위를  바퀴 긁히는 소리는 자장가가 따로 필요 없었다.

 

한 동안 황소개구리 때려 잡자 쥐잡기 운동처럼 왕성한 때인데

나도 한 번 그 개구리들 잡아서 포상금을 얼마나 받아볼까 별 희안한 상상을 하다가

혼자 웃기도 했다.

 

그 당시 내가 제일 많이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돈이었다. 

애들을 데리고 삭월세 단칸방에 살림하나도 없이 덜렁 나온  세상물정 전혀 모르는 애엄마가 무엇을 가장 필요하냐 물어보나 마나 당연히 당장 딸 분유값에 기저귀에 참 기가막힌 상황이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 벼락이나 원하고 나중엔

앞 뒤 잴것도 없이 나쁜짓도 하라면 뭔 줄 모르고 했을텐데

 

용케 그 때를 어쩌다가 잘 넘겨 이젠 울 딸이 저 개구리 다 잡아 튀겨먹자는 애기에

시간이 이렇게 멀쩡하게 태연하게 흘러 이 애길 쓸 줄은 미처 짐작도 못했다.

 

혹시 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지금이 가장 어렵고 힘들고 막막한 분이 많을 것이다.

 

그 당시 누가 나에게 힘내세요 라는 말을 하면 그 보다 나 좀 도와주세요 먼저 요구를 할 것인데, 나또한 그런 상황을 겪지 않았더라면 절대 모를 고생이었다.

 

지금이 되고보니 고생한 만큼 돌아 오는 복이 참 많았다.

돈은 많이 못 벌어도 괜찮어

돈 많은 사람들 온 가족 한 번 밥 한 번 제대로 챙겨먹지 못 하더라.

그 성공 천천히 하면 좀 어때? 

돈 좀 천천히 벌어도 죄짓는 거 아녀!

뭐 이런 말도 배우고 느긋하게 살게 된 것이 복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복 좀 누려야겠다.

삼천원 짜리 칼국수를 내가 사 겠다고 친구들 불러다 수다 떨면 그 만큼 느는 즐거움도 마음껏 누리고 산다.

 

성질 같아선 얼른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산다는 생각은 굴뚝처럼 쌓아아 놓기는 잘했는데. 지금은 그 땐 그 때고 지금 할 수 있다면 좀 골라가면서 한다.

 

복은 받으면 반드시 나눠줘야 두루두루 돌고 돌아 너두 나도 같이 더불어

그럼 그럴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이젠 딸에게 내가 할 말을 해야겠다.

" 개구리 노래 하나 불러라?

올챙이 한 마리 앞다리 쑤욱 뒷다리 쑤욱 나온 노래 그거 좀 물러봐라?"

 

참 나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