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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쑥뜯으러 가야 되는데


BY 천정자 2010-04-23

아! 쑥뜯으러 가야 되는데

너른 벌판에 온통지천에 쑥이 나풀나풀 바람에 흔들리고

어렷을 때 울 엄마가 손자옥 꾹꾹 눌러

쑥색짙은 쑥개떡도 해 줬는데.

 

쑥을 약간 삶아서 말렸다가

미숫가루 할 때 같이 믹서에 분쇄기에 벅벅 갈아서

우유에 타 먹으면 이게 웰빙인디..

 

나이들은 여자들에게

 말린 쑥을 넣고

보릿차 끓이듯이 팔팔 끓였다가 식힌 물에

머리를 샴푸로 먼저감고 린스처럼 쑥물로 헹궈내면 진짜 윤기난다.

미지근할 때 뒷물하면  냉이 많은 여자에게 진짜 좋은 천연 세정제다.

 

이런 걸 알면 뭐하나 ?

도무지 요즘 시간이 안나네.

나가서 맘 좀 잡고 나물 좀 뜯어볼까 싶으면

바람 생쌩 불어,비와, 언젠가는 눈발도 날리니

핑계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는  날씨가 요즘 세상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대변해주나보다.

 

오월만 오면 이젠 본격적으로 나물좀 뜯어야지 .

요즘 우리집 뒷뜰에 애기머위가 한 참 잎이 넒어질려고 한다.

머위는 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 한약재로 많이 쓰인다.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머위나물도 약이된다.

쓴 게 약이라고 그래선가 머위는 진짜 쓰다.

 

이 쓴맛이 덜 배이고 잎이 연 할 때 막 잎이 손바닥만하게 커질려고 하니

나는 얼른 한 소쿠리 얼른 배어서 겉저리를 한다.

머위의 향기가 꼭 가을 국화 향기처럼 은은하게 난다.

머위를 살짝 데쳐서 된장에 쌈을 싸먹을때

삼겹살보다 마른멸치 큰 거 말고 중간치 한 마리를 같이 싸서 먹으면

칼슘을 싼 쌈이 된다.

 

조리도 간단하고 고기처럼 굽거나 찌거나 그런 과정없이 손 쉽게 마련 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 잘 못하는 나는 늘 이렇게 식탁을 차리게 됐다.

 

쑥이 자라는 옆엔 민들레가 또 무진장이다.

꽃잎은 하얀색이 약이라는데 이게 토종인가 영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에 민들레 잎을 많이 뜯어서 파김치 담을 때 같이 담아 먹으면

꼭 고돌빼기 김치처럼 맛이 특이하다.

파는 파대로 민들레 잎대로 맛이 전혀 섞이지 않는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울 신랑이 대신 잘하니 이것도 부창부수인가 보다. 헤헤

같이 오래 살다보니까 서로 못하는 것 뭐라고 잔소리 할 필요도 없어졌다.

잔소리 해 봤자 서로 맘만 다치고. 차라리 안하고 잘하는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이 가정에 평화가 온다.

 

대신 요즘 남편들은 같이 살림하면서 갈 수록 아내에게 대우를 받을려면

돈을 많이 벌던 못벌던 간에

그동안 아내에게 받은 밥상만큼 차려주지 못 할 지라도

같이 사는동안 서로 해주어야 한다는 맘을 보여줘야 한다.

입으로 백 번 사랑한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말하는 것보다 한 번 설겆이 같이 해주고

세탁기 한 번 돌려주고 하다못해 벗은 양말 세탁기에 넣어 주는 것도

건조기에서 빨래를 걷어 오는 것도

같이 마주앉아 개켜주는 것도

아내를 사랑한다는 말과 같다.

 

나도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몰랐다.

별스럽게 요란하게 살 줄도 모르지만

내내 한 평생 같이 사는 사람 주름늘어가는 것 보니

이렇게 사는구나 사람은..

 

오늘 날씨가 좋으면 우리 동네 쑥밭에 남편과 같이 갈려고 햇는데

또 비오네..에구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