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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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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모으기


BY 천정자 2010-03-08

"아! 왜 오늘이 곗돈 주는 날인디 왜 돈을 안 보내?"

 

날짜, 돈, 하다못해 전화번호 오늘의 날씨는 영상 몇 도? 몇 시에 만나는 건지 헷갈리는 건

순전히 어렸을 때 극도로 싫어하는 숫자로 된 산수때문이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이왕에 하는 김에 고백을 하자면 아마 국민학교 3학년 때 분수가 나왔는데. 그 때 그 후로 산수와 아예 인연은 없다식으로 지내다보니 지금도 분수를 보면 이게 뭐하는 거여?

이건 내가 머리가 나이가 들어 나뻐지는 것도 아니고 좀 그 분야는 전혀 거리가 먼 친척과 같다.

 

계주는 나를 잘 안다. 계산에 젬뱅이고 한 번은 누가 돈 떼어막고 도망갔다고 난리를 쳐도 가서 잘 살라고 빌어 줄 사람이란다. 돈 떼어먹고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산 사람들 아직 못 봤으니. 내가 빌어도 될지 말지고, 발 달린 사람들 잡으러 다니는 것도 할 짓이 아니다. 

이 계도 내가 안한다고 하다가 나중엔 못 한다고 버티니 자꾸 꼬셨다.

"목돈 만지기가 어디 만만한 거냐? 어쩌다가 보면 날짜가고 내가 잘 관리 해줄텐께 한 구찌만 들어라? 제발?"

" 계원도 아무나 해주는 거 아니다"

" 이것도 줄 잘서야하고 백이 있어야 된다" 등등 별별 세상 이치까지 줄줄이 한 말씀 하셨다.

 

일단 한 십만원짜리 한 계좌만 들란다.

습관되면 그 날짜가 기억이 될테고 자기가 계주이니 전화 해준단다.

자의 반 타의 반 들은 곗돈이 벌써 일년이 지나가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순서가

몇 번째 였더라 또 헷갈리면 계주에게 전화하니

" 아이그 그 전화 지금 몇 번째 줄 알어?'

 

내가 잊은 것은 계주에게 전화하는 햇수가 아니고 내가 몇 번째로 곗돈을 타느냐? 인데

이 계주는 아예 답장을 문자로 전송했다.

" 24번째. 니가 꼬라비여? 이젠 묻지마? 알았지?"

 

곗돈 부치러 줄래줄래 은행에 갔다.

바야흐로 폰뱅킹으로 전화기 버튼만 누르면 돈이 들어가는 지금은 다지탈시대인데

비밀번호도 숫자이니 내가 몇 번을 틀리니까  본인이 신분증들고 오란다.

내 통장이면 벌써 갔는데, 남편의 통장이라 논에서 밭에서 일하는 사람 데리고 가자니

난리 날테고, 에라이 모르겠다 요즘 은행가서 돈 찾아 돈 좀 한 번 만져보는 것도 괜찮은 행사인 것 같아 그냥 카드를 들고 돈 찾자 그러다보니 그냥 몇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기계앞에서 줄서고 있는데 앞에 있는 사람이 나랑 얼굴색이 좀 다르다.

한 사람은 까만 구두약을 진짜 반지르르 하게 참기름 바른것 처럼 윤이 나고

한 사람은 뭘 좀 더 먹어야 할 것같은데 못 먹은 건가  누르팅팅해서 부은 얼굴이다.

둘이서 기계앞에서 통장을 넣으면 그 통장이 삑빅 거리며 도로 튀어나오고 그러다니

뒤애서 멍청이 서있는 나에게 뭐라고 하며 통장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내 생전 영어로 말시키는 사람도 처음이고 당연히 나야 영어수준이  벙어리급인데

나 모른다고 손만 젓고 있을 수 없는 것이 그 두 외국인 눈빛이 참 서글프게 보였다.

타향살이가 괜히 서글플까  나이도 울 아들보다 좀 많은 것 같고.

" 하이고..내가 뭘 도와드릴까유? 이걸 영어로 씨부렁거릴 수도 없고.."

그 흔한 개똥도 쓰자면 명약이 된다더니 어쩜 내 머릿속은 캄캄한 한 밤중이 된 것이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통장내역을 확인해보니 아마 외국인 노동자 월급통장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은행이 틀리다. 여긴 농협이고

이 통장은 기업은행이니 당연히 기계가 토해 낼 수 밖에.

근디 어떻게 애길하냐고 ?

 

이럴 줄 알았으면 토익이나 토플은 남이 죽어라 하는 공부고 길만 알려주는 영어 하나 제대로 연습 해 둘 걸.

불현듯이 떠오르는 것 하나

"오우 노우 디스 뱅크?"

 

두 사람 얼굴이 갑자기 환해진다.

그 다음은 무조건 두 총각 손목을 끌고 나와서 맞은 편에 있는 은행을 가르켰다.

" 그냥 오버데얼 쭈욱 가유~~~?"

 

두 총각 나에게 그런다

'고마습니다아 ! 가암사하니다!'

두 젊은 총각 둘의 손목을 잡은 느낌이 참 묘하다.

피부색이 까만것은 꼭 야리야리한 실크스카프 만진 것 같고

누르틴팅한 손목은 푸석푸석하고 

그래도 난 외국인과 통화를 했다고 집에 가서 자랑해야지

나는 또 집으로 룰루랄라 돌아오다가 계주의 발신 번호가 뜨는 전화가 왔다.

" 여보세유?"

' 아니 돈부치러 갔다면서 언제 돈이 오는 겨?"

 

아그그..내가 언제 목돈을 모아달라고 사정을 했냐구..참 내 두 총각 손목잡다가 그냥 왓다는 말도 못하겠구.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