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옆 집은 집을 갖고 살아도 늘 부부싸움을 했다.
이 부부싸움도 전염이 되나보다.
그 집이 오늘 싸우면 내일은 우리가 싸웠다.
그 집에서 와당탕 우당탕 소리가 나면 그 다음날 영낙없이
작은 문갑들이나 살림살이들이 마당에 내팽겨지고 찌그러진 남비들이 굴러서 하수구에 뒤집혀 뚜껑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 다니는 그 여자와 나는 이웃으로 만난 것보다
더 진한 동병상련같은 것을 포함하여 신나게 남편 흉을 보는 것으로
하루 온 종일 수다를 떨었다.
애길 하다보니 이 여자는 재혼이었다.
처음에 그런 애길 안하니 잘 몰랐지만, 어쩌다가 현재 이 남편을 만나 얼켜 첫남편과 이혼을 하고 다시 재혼을 한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전 남편이 데려 갔고. 현재 같이 사는 애들은 애들아빠의 자식이란다.
남편의 흉을 보는 일순위가 돈을 많이 버냐 못버냐?
돈을 얼마나 주냐? 아니면 시집식구까지 동원하다
나중엔 밤일까지 야하게 낄낄대며 흉을 보았는데.
전 남편과 이혼하면서 한가지 배운것은 담배란다.
그렇다고 지금의 남편은 전혀 모르게 하기 위해서 우리집 바깥에 재래식화장실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동그랑땡이며 천사의 면류관이라며 도넛츠를 입으로 뻐금뻐금 대며
피우는 것을 보고 깔깔대고 웃었다.
나보다 결혼 생활을 배로 더한 노련한 그 여자의 애긴 나를 늘 들뜨게 했다.
부부 싸움의 원인을 알면 싸울 필요도 없다면서 남편이 자신을 때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자신은 그 본보기로 살림살이를 몽땅 야구 방망이로 두둘겨 패면서 인제 너랑 살면 내가 개같은 년이라고
목을 매고 현관앞에서 생쑈를 했단다.
그 후 남편은 때리거나 욕을 하는 것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가끔식 술을 먹고와 또 부엌에 있는 전자렌지를 마당에 안고 나와 집어 던지는 것을 보고 그 때 알았단다.
' 아! 저 인간 나 대신 살림을 때리는구나.."
정작 내가 난 자식은 키워보지 못하고 남이 난 자식은 내가 키워야 하는 팔자타령도 무수히 하소연햇지만 사는 게 별 수 없이 거기나 나나 늘 그렇게 날마다 티격태격이었다.
가끔가다 나에게 와서 돈도 좀 꿔주고 애들 먹으라고 과자도 사가지고 와서 또 남편 흉을 실컷 보다가 해질 무렵 다시 남편의 저녁반찬을 뭐 해줄까 시장을 같이 가자고 하면 나는 돈이 없다고 했었다.
" 사람 언제 어떻게 떨어질 줄 모르는 겨.? 서슬이 파란 땡감도 익기전에 뚝 떨어지는 걸 본께 사람이 너무 기죽으면 못사는 겨?"
서슬이 시퍼렇게 싱싱한 땡감 떨어지는 애길 들으니 문득 그 동안 바빠서 아직 못 올라간 옥상이 생각이 났다. 혼자 피식 웃으니 그 여자가 그런다
' 야! 니 웃으면 참 이쁘다? 봐라 ? 웃고 사니께 얼마나 좋누?"
아마 내 평생 살면서 나보고 이쁘다고 웃어보라고 한 사람은 그 여자가 처음이었다.
집에 혼자 앉아 내가 남편과 싸우면서 액자를 집어 던져 반달경이 금이 쩍 간 거울을 들어다 보고 히죽이 한 번 웃어 보았다. 내가 웃으니까 참 이쁘다라는 그 말이 또 들린다. 무슨 뇌물이나 아부를 받고 들어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기분을 좋게 하려고 좋은 말 해주고 서로 다독여 주나보다.
나는 자꾸 그 깨진 거울이 내 얼굴이 몇 개씩 나눠져 웃으니 온통 전부가 웃는 미소가
전부 도배되는 것이다. 재미있었다.
장난도 처음이 힘들지 자꾸 하다보니 길이 나고 요령도 터득한다.
어떻게 내가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나?
내친김에 옷장안에 여름옷이랑 사시사철 옷을 전부 꺼내서 혼자 패션쇼를 하면서
모델들처럼 스텝을 밟았다.
그런데 그 때 울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나를보고 하는 말이
' 엄마? 지금 미친거여?"
그래 ! 앞으로 엄마는 미쳐서 살기로 했다 . 이 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