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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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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우는 남자


BY 천정자 2010-01-16

한 마리 남은 고양이는 숫컷이다.

암놈 고양이도 같이 살았는데 새끼 낳고 잘 살더니

언젠가 정확한 날짜는 가물가물하지만 몇 개월 전에 숫컷만 남겨놓고

집단 가출했다.

 

처음엔 마루에 휭하니 비어 있는 것 같더니 숫컷 고양이가 워낙 큰 가

그 느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이 방 저 방 드나들 때도 발밑에 괜히 밟히고 걸리고 그랬다.

 

한 동안 천장에서 쥐새끼 소리도 안나더니 한 마리만 남은 걸 아나 또 다시 지붕 밑에 천장에서

단거리 대회를 열기 시작한 쥐들이 여러마리 우르르 몰려 다니는데. 아무리 봐도 울 고양이는 나 닮아서 그런가 게으르고 천하태평이다. 나도 한 소리 하지만 나 대신 남편이 그런다.

" 야 이눔아? 니가 고양이지 개인줄 아냐?"

한 마리 남았다고 편애를 해서 그런가 주인 말도 그냥 지나치더니 말 안듣는 고양이가 된 것 같았다.

 

쥐는 고양이가 잡고 집은 개가 지킨다는데, 이건 정말 만고천하에 진실인데 나는 우연히 목격을 한 것이다.

젊은 개 , 암놈이며 이름은 복순이가 한 마리 쥐를 잡아 앞발로 툭툭 차며 놀고 있었다.

저게 무슨 일이냐 나도 눈만 꿈벅끔벅 거리며 자세히 보니 새끼 쥐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간치 만한 것도 아니고 엄청 큰 쥐를 기절시켜 공처럼 이리 저리 굴리니.

 

순간 우리집 고양이는 어딜 갓나 마루밑에도 지붕위에도 마당에도 그림자도 없다.

돌아 온 남편에게 희한한 일을 봤다고 애길하니

" 개도 쥐잡는 거 이제 알았어?"

 

내가 이제 안 그 희한한 사실앞에 아! 그럴 수 있구나 했다.

조금 있으니 어슬렁 어슬렁 고양이가 느리게 걸어온다.

남편이 또 그러네..

 

' 야! 이 눔아 니가 집 지키는 개냐 ? 쥐는 언제 잡고 다니냐구?" 

 

사료도 줄까 말까 참으로 딜레마에 빠진 남편이다. 굶어야 쥐를 잡는다고 한 몇 칠 굶겼더니 어느 날 아침에

이웃에서 생선 굽는 냄새에 홀쩍  담 넘어가 어떻게 부엌에 침입을 했는지 모르지만 고등어 한마리 덥석 문 것이다. 고양이 주인 남편과 나는 생선 사다 주고 죄송하다고 머리 조아리고

참! 자식 키우는 거랑  말 안듣는 고양이 키우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시 사료를 주니 살만 디룩디룩 고양이가 오동통하다. 몸이 무거우니 앞에서 새앙쥐가 왔다리 갔다리 해도 배부르나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기 일쑤고, 천장에선 밤마다 단거리 마라톤 선수들 뜀뛰는 소리에 은근히 부아가 나는데 울 남편 기껏 한다는 소리가

" 저거 다이어트 시켜야 하나 ? 아님 내다 팔을까?" 

마룻바닥에 허리를 길게 뻗치는 스트레칭을 하질 않나? 비만에 걸린 거 아나? 운동을 하듯이 뒷다리를 쭈욱 뻗어 기재개도 하고 고양이가 하품을 하는데 이빨도 하얗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그 때 마침 동네에 나타나는 개장수가 지나가는데

" 개 팔아요이..염소 팔아요이..고양이 팔아요이!~~~"

어어 이게 무슨소리야 고양이도 팔라네 순간 이 뚱뚱한 고양이 몸무게대로 받나 싶어 다시 찾아 봤더니 온데 간데 없는 것이다. 우와 !눈치하나 진짜 빠르다. 하긴 묶인 복순이도 그 스피커 동물들 팔라는 소리에 머리를 꽁지에 팍 묻고 꼼짝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