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새로운 해에 살면 사람도 새로워져야 하는데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어저께 내린 눈에 온통 덮여 전혀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망은 좀 이르다.
원체 게으름을 피워서 성공은 멀다 아직 먼 나라에서 살고 있거니 내비두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직 오래 되어 묵은 나무둥치나 마당에 눈 녹은 빨랫집게나
하나 둘 셋 세다가 훌쩍 느리게 지나치는 고양이 발바닥이 찍힌 눈쌓인 곳에 내 발자욱도 꾸욱 눌러 찍어 보는
아주 작은 즐거운 짓도 해 볼만하다.
눈이 오지 않았으면 오늘 은행가서 돈을 찾아 밥통을 사려고 했더니
길 미끄러워 그렇게 자주 돌아 다니던 버스도 안 온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타지 않는 빈 버스 정류장이 참 조용하다.
살다보니 조용한 날을 일부러 골라 산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텐데
눈이 오고 그것도 폭설이 내려 하루종일 혼자 앉아 본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루 세 끼 다 찾아 해먹고 간식으로 묵은지 주욱 찢어 김치전을 부쳐서 젖가락으로
또 찢어 먹으면서 그랬다.
' 아! 눈 오는날이 제맛! 이 맛이구나"
그래도 눈이 그치고 나면 얼른 돈도 찾고 밥통을 사러 가야지.
근디 압력밥솥이 더 좋을까 싶어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디.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 이젠 압력밥솥도 태워 먹을려구?"
아! 이런 날 꼭 그 분위기 깨지는 소리를 어쩜 그렇게 생초를 잘 치냐?
어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