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님 글 좀 하나 넣어 주세요?"
' 예? 뭐라구유?'
내 생전에 이런 전화를 처음 받아 봤다.
몇 칠 전에 몇 안되는 선배님 얼굴만 알지 좀체 먼 문인들이시다.
나같이 뭣도 모르고 조잘조잘 수다만 떠느라 세상 살다가 갈 뻔한 나한테 웬 신문사라며
글 좀 달란다. 써 달라고도 아니고.
흠 이게 청탁인가? 아닌가? 헷갈린다.
얼른 써서 줄까 말까? 근디 뭘 달라는 건지.
아무래도 밤새도록 고민을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밤새도록 잠만 자느라 무슨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어야지.
하던 짓도 잠시 잠깐 딴 짓하면 똑 떨어질텐데.
몇 안되는 선배님 한 분에게 전화를 드려봤다.
말씀 인 즉 나의 글을 적극적으로 추천 해 주셨단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신데, 유독히 나만 보면 비실비실 웃으시더니
에구 나 원 참 난 선배님에게 해준 것도 없는디.
근디 뭘 쓰라는 거예유?
' 응 그냥 하던 대로 쓰면 되지? 뭐? 딴 거 있남?"
내 글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준단다.
전화 끊고보니 아무래도 이거 혼자 뭔 일을 내도 한참 저질른거다.
그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프로필을 써야 하니 이력이나 경력을 메일로 보내 달란다.
아! 이거 참 내 생전에 뭔 프로필이 필요하다냐? 이 생각에 그냥 난 막 살았는디
맨날 잠만 터지게 자다가 남편에게 듣는 미련한 곰탱이 되었다고 말하면 그것도 프로필이 될까 걱정되고
게을러서 적금통장도 하나 못 만들고,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살다가 올 핸 아직 김장도 못하고 넘어간 수다쟁이 아줌마라고 하면 되나?
원고마감이 이번 주 수요일이란다.
아무리 봐도 이거 뭐에 홀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