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눔의 결혼을 왜 또 해서 미친년 소릴 듣고 사냐?"
다짜고짜 재혼한 내 친구는 문자로 신세한탄한다.
초혼도 이혼인데 재혼도 또 사네마네 난리법석이다.
재혼한 지 한 삼년되었는데.
유명한 결혼 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비싼 돈주고 만난 상대는
이 번만큼은 아주 제대로 고른다고 골르더만.
툭하면 나에게 남편과 싸운 날은 영낙없이 전화로 만나자고 한다.
"또 뭣땜에 싸웠는디?"
" 국맛이 싱겁다고 하더라? 그래서 소금쳐서 먹으라고 했더니 여자가 국하나 제대로 못끓인다고 짜증을 내는 거여?"
" 그래서?"
"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니가 알아서 잘 끓여 잡수셔유? 이랬더니 휭하고 나가더라!"
흐흐흐...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다.
내가 신혼 때 그랬으니까.
정확하게 몇 년 몇 월 몇 칠이 기억은 안나지만 남편이 반찬투정한다고
내가 밥상을 통째 들어 마당에 집어 던져 버렸다.
내가 음식을 못 만들어 나에게 원인이 있는데 상대 기선을 폭력으로 기선제압한다고 한 짓이다.
그 후 나는 별명이 붙었는데
"깡패"였다.
젊은 색시가 별명이 깡패였으니 지금이야 웃지만 그 당시 죽기살기로 싸웠다.
어차피 이혼하면 끝이다라고 막가는데 볼장 다보고 사람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니 상대를 이길려고 덤비는 것인데 작전이고 뭐고 어떤 전술도 없이 싸우니 매일 터지는 것은 복장이고 치고 박고 집어 던지는 것은 별 거 아니였다. 나이먹어 그렇게 싸워 보라고 시켜도 근력이 달려 못 할 것인데. 그 당시 혈기왕성하니 누가 뜯어 말린다고 해도 별 수 없을 것이다.
내 경험을 빌려서 내 친구에게 말 해줄 것은 다른 말이 필요 없엇다.
" 야 니두 인제 말하기 좀 공부해라?"
" 무슨 말을 공부 혀?"
" 남편에게 말하는 법을 따로 배우든지 공부 하든지 죄우지간 인제 너두 옛날 젊은 때는 지나간지 오래 여?"
"어떻게?"
" 국이 싱겁다고 하면 어? 그래 싱거워? 그렇게 하면서 소금을 앞에 내 밀라고. 그럼 상대는 내가 소금을 알맞게 넣어서 먹으라는 것을 느낀다는 거야. 이게 암묵적인 대화하는 방법이래?"
대게 대화 한다고 하면서 상대에게 일일히 꼬치꼬치 묻는 말이 오히려 상대 입을 닫게 한다.
특히 남자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 많다. 뇌구조학적으로 여자와 남자는 같은 사물을 봐도 인지하는 관점이 전혀 다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상대에 따라서 남자는 얼마든지 수다쟁이가 된다.
배우자와 오래 살면서 구체적으로 잔소리 같이 하는 대화는 으례 일상으로 넘어간다.
마이동풍식으로 쇠귀에 경을 읽어주는 대화도 일종의 대화법이다.
들어서 상대에게 대답을 해주는 법도 있지만, 습관처럼 늘상 해대는 말도 그냥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 둘 수도 있다. 나 혼자 사는 것에 대한 편리함에 길들여 산 세월보다, 나와 전혀 다른 뇌구조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끈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것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사는동안 내내 앙숙으로 웬수로 살 부벼대는 부부생활은 정말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는 것 보다 더 곤란하다. 여자가 잘 모르는 남자와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내 남편은 나의 남자이기 전에 남자다.
어디서 멋진 여자를 봐도 무의식이던 뭐던 본능적으로 눈길이 가고 관심을 보이는 종족이다.
남자가 사랑한다고 하면 가장 직접적인 성애기다. 섹스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남자의 임무는 종족을 퍼뜨리고 길이길이 대를 잇는 보존이다. 이것은 모든 남자의 본능이고 역활이다.
프랑스에선 남자를 연구하는 학자가 남자란다.그런데 남자도 남자를 잘 모르겠단다.
남자가 남자를 연구하는 지금에 같이 사는 남자인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하긴 우리 여자마음도 알다가 모른다고 했다.
나도 아직 남자랑 살기 때문에 관찰중이다. 남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