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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와 무말랭이의 관계는?


BY 천정자 2009-11-04

가을 무수를 쫀득하게 말리는 것을 무말랭이라고 한다.

잘만 무치면 쇠고기 말린 육포 저리가라 해도 괜찮다.

가끔가다 무우말랭이처럼 늙어가는 것이 서럽다거나 좀 비통한 기분은 들지만.

 

말러는 무말랭이처럼 자세히 잘 알지 못한다.

뭐 말라 비틀어진 말뼈다귀의 줄임말인가? 했다.

세상에 나 같이 알다가도 잘 모를 이 죽일놈의 기억 때문에

손해 본것도 내 명예에 금이 간 것도 무진장이다.

 

아마 내 글을 읽는 분 중에 클래식에 심취한 분들은 오해 마시길 바란다. 헤헤

먹고 사느라 바뻐서 음표 하나 제대로 못 읽고 제목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사는 분 중에 나도 포함되었으니 그러려니 이해 해주길 바랄 뿐이다. 나의 집에 씨디가 들어와도 씨디겸 라디오는 이미 운명하신지 오래라서 틀지 못한다.

한 번은 큰 맘먹고 그 라디오를 고치러 수리쎈타에 갔더니 수리기사님 왈

" 고치는 수리비로 새로 한 대 사셔요?"

 

그래도 라디오는 나오게 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라디오는 잘 나온다.

그런데 말이다. 이 주파수가 클래식만 나오는 데만 고정 된 것이다.

나는 가요도 뉴스도 재밌는 방송도 듣고 싶은데 도통 다른 주파수는 지지찍 쥐잡는 소리만 요란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에라이 한 번 두둘겨 봤더니 나오는 소리가

무슨 오케스트라 연주라는데.

몇 악장 무슨단조 몇 번을 어쩌구 저쩌구..

도무지 이게 어느 세계 생중계하는 소리여?

 

길고 짦은 것은 대 봐야 안다고 하더니

내가 그 뜻을  요즘 확실히 뜻을 알았다.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클래식이니 몇 번을 듣고 몇 날 몇 칠을 듣다가 몇 년이 흐르다보니

얼랄라..귀가 움직인다. 그 선율에 흐르는 강물 위에 햇볕 부스러기를 처음 본 듯이 느껴지는 것이다. 흐음 이래서 클래식에 빠지면 사람이 고상한 취미를 가졌군요 그러는 가보다.

 

말러도 마찬가지로 라디오에서 처음 만난 작곡가이다. 그러나 아직 이 사람이 작곡한 음악들 중에 제대로 제목하나 암기 하지 못했다. 미안한 애기지만 들으면 뭐하나 나의 희미한 기억력에 자꾸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말러를 자꾸 애기하고 싶은 것은

조금 있으면 가을 무수를 썰어 무우말랭이를 널고 그 옆에 호박고지며 시퍼런 무우청을 삶아 빨랫줄에 척척 널은 시래기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가을에 이 작곡가가 이거 들으면서 우수수 가을 즐겨요. 가을햇볕에 뛰어다니는 낙옆을 골라 봐요. 그렇게 시그널처럼 들린다.

 

이름도 잘 짓고 볼 일이다. 말러와 무말랭이는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나같이 촐삭맞게 갖다 붙이기는 잘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