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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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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냄비가 하나도 뜨겁지 않은 사람


BY 천정자 2009-09-18


 

이글이글 불타는 연탄불에 올려진 삼발이 위에 연탄재로 닦고

수세미로 문질러 하얗게 반들반들한 양은냄비엔  묽게 반죽한 수제비를

떠서 감자랑 호박이랑 어슷어슷 쓸어 부글부글 넘치지 않게

익를 때쯤 지금처럼 가스불을 딱 꺼버릴 수 없으니까 냄비째

붙들어 부뚜막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음 너무 끓어 불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는데, 울 엄마는 그렇게 팔팔 끊는 냄비를 통째로 멘손으로 

들어 옆 부뚜막에 올려 놓는 것이다. 부엌엔 행주도 있고 면장갑도 있었는데 

무슨 차력사들이 입안에 휘발유 붓고 불을 확 지르는 묘기 부리는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그 뜨거운 냄비를 잡았는데도 손바닥은 아무렇지 않으셨다.

세월이 흘러 나도 울엄마처럼 딸낳고 아들낳고 살다가 멋모르고 가스불을 켜 놓고 재미나는 연속극을 보다가  냄비 홀랑 태워먹고, 빨래 삶다가 내의며 속옷에 구멍이 숭숭나게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땐 하도 급해서 가스불은 안 끄고 물끓이는 주전자를 그냥 잡았다가 손바닥이 허옇게 화상을 입은 것이다.화닥거리는 화기가 얼얼하고 아파서 손을 찬물에

담그며 옛날 울엄마는 그냥 부글부글 끓는 냄비를 통째로 들어 얌전하게 부뚜막에 올려 놓는 것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