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 덥긴 덥다.
낮에 한 오분만 햇볕에 나와 보면 간사스러운 피부는 얼른 그늘부터 찾으라고 난리다.
뜨겁다고 .
콩이 제법 크고 잎이 무성해지더니 드디어 콩꽃이 핀다.
흰나비들이 그렇게 뜨거운데 한 낮에 콩꽃이 핀 데를 여기저기 찾아 다닌다.
벌만 향기를 따라 다니는 줄 알았는데. 나비들도 쉼없이 부지런히 날개짓이다.
참깨꽃이 사다리를 타듯이 쭈르르 몇 층 겹겹히 피고 있다.
호랑나비가 참깨꽃 맨 끄트머리에 잠자리처럼 앉아 있다.
그 곳은 그늘 진 곳이 아님에도 덥지 않나 보다
나비도 죽는다.
나는 우연히 어느 나비의 죽음을 지켜 본 적이 있다.
어느 가을날에 날개 짓을 다하고 바닥에서 몸뚱이가 뱅뱅 돌더니 스르르 멈춘다.
곧이어 유체이탈이 된 나비를 내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전혀 무겁지 않았다.
나비의 영혼이 빠져나간 나비 껍데기는 어느 저울에 올려 놓아도 무게를 표시하지 못 할 것이다.
이 나비가 한 번 날개짓으로 지구 반대쪽에 폭풍을 일으키는 주범일지 모른다.
전혀 눈치 못 채게 저지르는 나비효과에 우린 이미 심한 타격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곳은 아마 몇 십년 전에 누가 한 획을 의도적으로 그어 놓은
그물에 걸려 오도가도 못한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지금은 참 중요한 때다.
바로 내가 서 있는 지구의 한 중심은 지금부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돌리고 또 계속 돌릴 것이다.
어느 쪽이든 왼쪽으로 치우치든 오른쪽으로 몰던 간에 어느 방향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가장 나쁘다고 말 할 수는 없다. 나쁜 것은 얼마든지 언제 어디서든 이내 사라진다.
오른쪽으로 살아가는 방향이 맞다고 해도 마주쳐오는 맞바람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의 일종이다.
자연에게나 사람에게 옳음은 먼저 평안한 쉼을 언제나 제공한다.옳음은 무한대다.
이 옳음이 빠진 상황은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언제 낚아채고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것은 가장 불확실한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나비도 지렁이도 무엇이든 한 생애가 결정된다. 책임을 다하고 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이다.
한 낮의 태양도 지글지글 그 뜨거운 공기에도 푸를 것은 더 푸르르다.
그것이 가장 옳았고 가장 숭고한 삶이 예의였다.
덥기는 무지 덥다. 그러나 땀은 지금 흘려야 한다.
더위를 피하고 숨지 말라.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두고 지켜 보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