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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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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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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BY 천정자 2009-07-31

우리집 고양이 이름은 이눔 , 저눔, 고놈 , 참 . 네 마리나 되니까 

이름 짓는 거도 한 참 생각 해 볼 일이다.

 

여름 방학이라고 기숙사에서 살던 아들이 툭하면 나에게 돈을 달란다.

영화를 본다고 만화책을 산다고 신발도 떨어져서  운동화 사야 한다고  그렇게 시내를 나가더니

세상에 피부병이 걸린 왠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손바닥에 놓고 돌아 왔다.

 

" 야..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못생겻냐?"

아무리 봐도 넘 못생겨서 거기다가 털이 빠져 듬성 듬성난 귀에 볼만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누가 내다 버린 것을 아들이 주워 왔다고 한다.

집에 고양이 네마리나 있는데,

 

" 야 아무리 봐도 지 에미가 버린 거 아녀? 넘 못생겨서 ?"

" 엄마는 사람이 버리지 동물이 지 새낄 버리는 거 봤어?"

 

지극정성이다. 털 빠진 고양이는 생쥐보다 더 볼품이 없고 눈도 회색이라 흐리멍텅해서 이거 잘 못보면 조금 큰 쥐처럼 보겠다.

남편은 꼭 지처럼 못생긴 고양이를 왜 주워 왔냐고 니가 밥주고 목욕 시키라고 그런다.

고양이를 한 번 보더니 푸하하!

"니 에미 닮은 거냐? 진짜 못 생겼다 아!"

 

가만이 있질 않아서 끈으로 묶을까 싶은데 마루에 놓은 파리를 잡는다고 놓은 찐득이에 그만 달라 붙어서 쥐처럼 온통 몸에 찐득이를 바르고 난리가  났다. 그나마 남은 털도 찐득이 떼어 준다고 하다가 다 뽑히고 얼굴에 군데 군데 남은 털도 모두 뒤로 넘어가서 진짜 무슨 괴물처럼 되었다.

 

" 가만이 있지 좀 왜그리 쌀쌀거려? 엉?"

" 니이이야옹!" 털이 뽑힐 때마다 아프다고 난리다. 발바닥에 붙은 찐득이 때문에 걸을 때마다 달라 붙어 떼려고 덜덜 떨어도 잘 걷지 못하니 식용유를 듬뿍 발라 비비니까 그제야 떨어진다.

 

겨우 씻고 닦고 털을 말리울려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애를 어디서 본 얼굴인데

옆애서 울 딸이 뒤집어지게 웃는다.

" 엄마! 애 그 꼭  골룸이다 ! 우헤헤헤!!!"

진짜 앞으로 봐도 옆으로 봐도 반지의 제왕에 출연한 골룸얼굴이다.

 

이름을 지나 마나 그냥 골룸이 된 이 고양이 앞날이 많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