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은 공부를 못한다. 뭘 믿고 있나 보다.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잔소리를 해야 하는데
잔소리를 고르고 골라본다.
" 니 공부를 왜 못하는 겨?' 이렇게 물어보면 울 아들 분명히 할 말이 있을 것이다.
" 엄니 닮아서!"
그래서 이 잔소리는 안 쓰련다.
두 번째 잔소리는
" 니 언제 공부 할 겨?" 이렇게 하면
울 아들 대답이 " 내 맘이여~~~~!" 이렇게 대답 할 것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뻔한데 뭐하러 입 아프게 말하면 뭐하나 .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내비두자 이렇게 된지 오래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를 못한다. 성적통지표를 보니 나도 이거 도무지 뭔 소리여?
백분율에 무슨 통계에 울 아들 꼴찌인가? 싶으면 뭔 등급이라고 써있고 점수인가 보면 평균율이라니. 어휴~~ 나도 이거 무식한 부모라서 울 아들 성적표 봐도 무용지물이다. 뭐에 써먹는 점수여?
나중에 니 대학 못가면 내 책임 아니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으면 울 아들 또 대답할 것이다.
그것도 내가 알아서 할 겨!
부모는 그저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말투다.
그러더니 이 놈이 느닷없이 엄마랑 나랑 학교를 같이 갈 일이 있단다.
어이그 드디어 울 아들 보고 니네 엄마 데리고 와? 이러면 무슨 상담이거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긴거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듯이 골치 아픈 아들 학교에 보내놓고 한 번도 얼굴 디밀지 않은 게
늘 맘에 걸렸었는데. 이젠 학교에서 통고가 온 것이다.
" 야! 근디 왜 같이 오라냐?" 내가 묻자
" 응 장학금 준 데?"
" 뭐? 너 공부를 못하는 데 무슨 장학금을 주냐?'
신기한 일이다. 공부 잘해서 상위권을 맴돌고 뭐 그래야 받는 장학금을 울 아들이 받는단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자꾸 꼬치꼬치 물었다.
혹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장학금 아니냐?
장학금도 무슨 장학금이라고 제목이 뭐냐?
이거 저거 물어도 영 대답을 않더니
" 엄마 내가 앞으로 더욱 공부를 잘 하라고 주는 거니께 그냥 주는데로 받어!"
듣고보니 그 말도 맞긴 맞네. 근디 장학금이 얼마나 된데?'
" 이 백만원!"
흐미...울 아들 공부 못하는데 이걸 받으면 공부 얼마나 열심히 해야 되는 겨?
속으로는 그 놈 참 내가 잔소릴 안하기 다행이지 학교가 내 대신 거하게 한 번 제대로 잔소리 했다고 생각했다. 그 놈 참 고소하다. 그렇게 놀더니..헤헤
그나저나 장학금 받으면 뭐하지? 돈 생겨도 고민하나 또 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