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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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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에 대한 오해


BY 천정자 2009-06-30

아마 내가 열 여섯인가 열 일곱인가 그 때까지 우리집엔 흑백테레비도 없었다.

전화도 스물에 남이 쓰던 중고를 물려 받아 개통한 것으로 기억한다

남의 집 안방에서 눈치 없이 테레비를 밤 열 한시까지 본 나는 어지간히 눈치도 없고 굼떴다.

주인집 아줌마네 안방에서 떡허니 버텨서 밥도 같이먹고 같이 누워서 뒹굴다가 그 때 처음 저런 가수도

있구나. 저런 세상도 있구나 와! 눈이 휘둥그레 해질 틈도 없이 입 벌리고 처음 본 광경에 감탄을 하다가도

나도 저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별 상상을 마음대로 하고 다녔다. 

워낙 만화책방에 하도 드나들어 만화방 주인 할머니는 나에게 가게를 전부 맡기다시피 나에게 일을 시켯는데

그게 애들이 본 책을 정리하고 낱권으로 나온 단행본들은 끼리끼리 뭉쳐서 책장정리하고 무협지는 누가 빌려갔나 안 가지고 오면 내가 가서 직접 받아오는 수금사원처럼 요즘에 말하는 알바를 한 것이다.

울 엄마는 이걸 말린다고 매번 타일러도 나는 앞에선 안 한다고 거짓말같은 약속은 수 없이 해도

그 때 뿐이었다. 아무튼 그 덕에 그 집에 있는 만화책은 다 봤으니 다음엔 테레비에 나오는 배우들이나 씨름선수나  레슬링 선수처럼 이건 말도 아닌 선머슴 저리가라다.

동네 골목에서 내가 빠지면 재미없다고 찾아오는 놈들 귀찮아서 이 골목 저 골목 숨어 다니는 길은 나만큼 아는 애들도 없었다.

 

공부는 나만큼 못하는 애도 없었다. 숙제를 안하면 사실 못한거지만 그 덕에 나는 학교는 죽어도 가기 싫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 하거나 이쁘게 생겼거나의 기준으로 관심순서인데  나는 어느 쪽에도 아예 관계없이 문제아였다. 책가방 들고 산으로 들로 헤메고 다닌 적이 더 많다. 그런데 아직 울  엄마는 이런 사실 지금까지도 모른다. 그 땐 너무 먹고 사는 게 가장 급박한 일이라 울 멈마는 남의 집에 일찍 새벽밥을 해주러 가셨으니, 내가 등교를 잘 하는지 마는지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한 번은 담임이 나에게 니 엄마 오라고 하는데도 대답은 했지만 집에가서 정작 내가 그 말을 까먹고 말았다. 나 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머리에 이가 많아서 용의를 단정히 하라고 엄마에게 말씀을 드릴려고 했지만. 그도 그 때 뿐이었다.

 

어리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고 진짜 이렇게 살아서 뭐해? 할 줄도 모르던 나에게 그 때 어께에 으리뻔적하는 훈장을 달고 가슴에 띠를 두른 요란한 의상에 몸이 오징어인지 뼈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뒤로 흐물흐물 걷는 춤에 나는 내 인생이 앞으로 뭐가 될 것이니 꿈이 뭐니 뭐 그런 것은 홀랑 다 잊어버리고 그 춤을 따라서 춰보고 거울 앞에서 엄마 머풀러를 풍악을 치는 상쇠들처럼 X자로 묶고 별 짓을 거울 앞에서 해 봤는데. 난 그때 알았다. 내가 심한 몸치 춤치였다는 것을.   

 

그 때 중학교 친구들은 마이클잭슨 덕분에 춤을 제대로 춰 본다고 고고장에 가서 춤 추다가 걸려 퇴학을 당한 애들도 몇 있었다. 내 생각엔 퇴학을 맞아도 춤 한 번 제대로 배워 춰 봤음 그런 소원이었다. 그 만큼 마이클 잭슨에겐 남다른 관심과 노래에 푹 절은 상태였다.

 

엊그제 마이클잭슨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갑자기 안 되는 그 춤을 뒤로 뒤로 한 번 밀었봤는데 ,

방바닥에  널린 뭔가에 턱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누가 없으니 창피하지는 않는데. 아니 이렇게 힘 든 춤을 잘추는 그 가수가 왜 갑자기 죽을 이유가 뭐여?

 

하긴 얼마전에 대통령도 살기 힘들다고 산 목숨 던졌는데, 팝의 황제라고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찌하던 나도 벌써 이렇게 나이가 먹어버려 딸내미가 들려주는 노래에 흥미가 또 간다.

노랫가사가 댕겨서 그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 여성시대!"

햐! 그  제목 좋다. 비록 마이클잭슨의 시대는 갔을지라도 여성시대는 드디어 도래하기 시작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