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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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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거짓말쟁이


BY 천정자 2009-06-19

엄마! 구구단 다 외웠는디 내가 외워 볼테니까 한 번 봐봐?

하얀종이에 구단까지 백빽하게 적은 것은 나보고 듣고 맞춰보란다.
일단 이단도 삼단 오단도 그런데로 넘어가더니 팔단에서 자꾸 틀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숫자를  거꾸로 외운다.
72인데 27로 54인데 45로 착각한다.
나도 그 부분만 잘 도려내서 집어주고 했는데
" 엄마 구단은 또 어떻게 와워?"
진짜 큰 일 만난 얼굴이다.
날마다 선생님이 재촉하나보다.
중학교 수학선생님이 미분이네 적분이네 그런 거나 가르쳐도
덜 힘들텐데 이제 구구단 하나 제대로 못 외우는 학생 하나 때문에
아침마다 고생을 하시나보다.
" 애구 너 때문에 선생님이 무슨 고생이냐? 구단은 하나만 외우면 끝이야?"
" 하나만?"
"구구는 팔십 일!"
다시 또 외우더니 진짜 그렇다고 안심하듯이 웃는다.

엄마 내가 딱 한번만 일등 좀 해달라고 막 기도하고 시험 봤는데
또 꼴찌야? 엄마가 그랫잖어? 엉? 기도하면 다 들어주신다고?"

어휴~~ 이구 이눔아 내가 언제 기도만 하면 다 들어 준다고 그랬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등은 하긴 했다. 초등때 가을 운동회에서 청군대표로 마지막 주자로 뛰더니 거기서 일등을 먹었으니 하나님이 기도는 들어준거라고 했다.
" 그 건 그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기도는 안하구 뛰었다구?"

우헤헤.. 하긴 기도도 잊어먹구 그저 앞으로 뛰기만 하느라 바뻤을텐데.
딸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만날 울상이란다.
" 야야..니 구구단 잘 외워야 퍙생 고생 안한다. 니 평생 편하다"
매일 맨날 그렇게 말씀하시니 울 딸 고집이 무지 쎈데 그 고집이 할 수없이 구구단 종이를 들고 다니며 하늘 보고 눈 감고 입으로 오물오물 한다. 그러다가 또 시발시발하네 .에구..내가 괜히 욕으로 가르쳤나 보다.

그나저나 울 딸 또 일등 한 번만 해달라고 기도하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