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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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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못에서


BY 천정자 2009-05-30


         (권 광칠 그림)

 

 

         그 동네에 사는 어떤 사람이 연꽃을 심는다고

         물논에 연밥을 던져 몇 년을 쓸 데없는 짓을 한다고

         구박을 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지나지도 못해서 망한다고 했었지.

         그 동네 살던 사람은 해 마다 오월이나 유월에 논에 연꽃이 필까?

         어떤 새가 앉아서

         얼만큼 쉬었다가 가나 뭐 그런 것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연밥을 던진 그 사람이 얼마 전 과속으로 차를 운전하다 사망한 소식을 듣고

         동네회관에서 어른들이 이젠 연못이 된 논에 연꽃이 저렇게 무성한데

         저 꽃 들은 아직 시퍼렇구만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닌데.

         아직 때가 아닌데

         초 여름 저녁노을은 늦게 느리게 먼 산에서 흐려져

         또 낮게 낮게 날아 오는

         제비며 참새며 별별 나비며 희한한 목소리로 앉아 쉬는 새 한 마리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