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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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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바보같음.


BY 천정자 2009-01-05

1.

방앗간에서 쌀을 갖다줬다.

밥을 했다.

먹어보니 우리쌀이 아니다.

남편은 또 바꿔쳤다고 이걸 어떻게 먹냐고 역정을 낸다.

햅쌀이 아닌 묵은 쌀을.

난 그래도 밥을  한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밥을 먹을까 생각한다. 심각하게..

 

2.

내 차를 또 누가 박았다.

이 번이 세 번째다.
그런데 차범퍼는 너덜너덜하기만 하지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한 번 유심히 보더니.

니 또 어디서 차 빠졌었냐?

헤헤...후진하다 전봇대에 쾅! 했어...

어휴..그 전봇대가 더 비싸다구?

근디 그 면허는 푼수냐? 어째 후진을 그렇게 못하냐?  

그래..난 푼수면허증이 운전면허다. 히히..

 

3.

우체국에 갔다.

하필 말일날 번호표를 들고 앉아서 보니 삼십명은 넘게 대기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큰 박스를 질질 끌고 들어오신다.

택배를 보낼려니 너무 크다고 화물로 부치란다.

집에서 써 온 주소를 다시 쓰란다.

아마 아들네집에 이 것 저 것  고루 고루 싸서 보낸 나물이며. 곳감이며..뭐 그런게 줄줄이

다른 상자에 옮긴다.

그러고 보니 전화번호를 적으란다.

모르는 디..

"그럼 안 되는 데유.."

내 옆으로 오시더니 당신 손전화를 치마를 제치고. 속바지를 뒤지더니 손수건에 싼 손전화를 꺼내시는 데.

날 보곤 전화를 하란다.

빙그레 웃으며 통화키를 누르니 나의 손자하고 이름이 뜬다.

" 야..니네 전화번호가 뭐냐?" 목소리도 우렁차시다.

우체국이 갑자기 소란하다.

뭐라구..야야 여그 아저씨한테 불러줘라..가만히 보니 가는귀를 잡수셨다.

그렇게 보낸 화물택배를 부치고 다시 나에게 오시더니

" 새댁은 어디서 살어? 내가 신세를 지면 갚아야 제!"

헤헤..괜찮아유..뭘 그런 거 같고..

나가셔서 난 가신 줄 알았더니 붕어빵 한 봉지를 다시 들고 오신다.

우체국에서 붕어빵을 먹고 돈 찾아 오는 데

내가 지금 뭘 하러 여길 왔는 지 한 참후 생각났다.

말일인데..세금내러 간 건디...

 

 4.

총각김치가 진짜 맛있게 되었는 디..이게 넘 많어서..니 지금 어디냐? 김치 가져가라..

아휴..언니는 무신 김치를 그렇게 많이 담은 겨? 주체를 못 혀? 나 언제갈까?

원체 살림백치에 날라리주부라는 거 울 동네 언니들은 나를 그렇게 알고 산다.

나도 그런 게 편하고.

가면 청국장을 띄워서 냉동실에 얼린 것 몇 덩이하고. 잘 아는 사람이  이쁜 옷을 몇 벌 줬는 디

적다고 천상 니 옷이라고 한 보따리 주고. 거기다가 된장찌게를 시래기를 넣고 오래 오래 끓여

밥 두공기를 먹어서 배가 내가 봐도 한 임신 한 것 같다고 헤헤 웃으니..이거 졸리다.

뜨듯한 아랫목이 아직 언니네는 연탄아궁이가 있는 안방에서 퍼질나게 잤더니 꼭 어렸을 때 지낸 겨울나기로

돌아온 듯하다. 차에 김치며 옷이며 마른반찬통에 실었는 데도 언니는 내내 대문앞에서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주는 걸 보고

나도 마주하듯이 손을 흔들고.. 

집에 돌아오니.울 남편 총각김치 맛있다고 누가 준 겨?

히히..내가 담은 거라고 거짓말해도 안 믿을거고..그래도 좋다. 오늘은...

 

 

덧) 새 해는 오늘이 늘 새롭게 오지요..헌 날은 없지요...고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