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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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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연구보고서- 나는 18년 주부


BY 천정자 2008-12-31

한 이십년 전 겨울 즈음

내가 이십년 후에  뭘 할까..그런 거 생각 해본적도 꿈도 꿔 본적이 없는데

그 만큼의 세월이 지나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는 것에   이름표를   붙인다면   경력증명서도 안될테고

인생이력서를 쓴다고 해도 별루다.

 

그러니 또 어쩌랴?

그래도 사는동안  내 명함 찾듯이  찾은 것이

애엄마 주부 18년차인디.

아!  내일오면 19년이다.

 

어제던가 마른멸치를 먹고 싶어서 큰 맘 먹고  멸치를 다듬고 있는데

남편이 아니  잔멸치를 뭘 버린다고 그걸 다듬고 있냐고 잔소리다.

 

그 말 듣고보니  잔멸치다. 그냥 홀랑 몸뚱이를   다 먹어도 시원찮을 잔 멸치를

머리떼고 내장 배고 남은 게 뭐냐고 또 줄줄이 잔소리다.

 

주부가 되가지고  그런 거 기본도 모르냐고 도대체 아는 게 뭐냐고 다그치는데

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내 머릿속은 캄캄한 오리무중이다.

 

" 에이~~ 나 안 할 쳐!"

" 뭐? 그럼 나보고 하라고?" 남편은  눈을  치켜들고 어깨가 또 들썩인다.

처음엔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이 또 오그라들었는데

지금은   목소리 큰사람이  이기는 거라며? 그렁께 자기가 삶아먹든   볶아먹든 맘대로 혀?

이랬다.

 

일이 늦게 끝나서 퇴근을  못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 야 집에 밥이 없데?" 남편이  다짜고짜 밥없다고   난리다.

"근디?" 내 대답이다.

" 아! 뭐혀? 얼릉 와서 밥 혀?" 남편이 또 큰소리친다.

" 아! 집에 있는 사람이 얼릉 해 먹어? 난 여기서 밥 먹었응께 내 밥은 빼구?'

" 뭐? 그럼 니는 뭐하러 시집왔냐?" 남편 또 짜증부리는  목소리다. 대답이 궁하면 니는 여태 뭐 배웟냐? 뭐 할 줄 아냐?

시집은 뭐하러 왔냐?등등..이런  것도 계절마다 틀리다. 다음에  기회되면 소상하게 연구대상 질문들이다.

내 대답은  오로지 하나다.

" 밥은   배고픈사람이 집에 있는 사람이 할 것이여!!" 

" 아쉽고 배고픈사람이 밥해 먹기!"

주부 18단이 괜히 되나.

말도 만들고  명언도 바꾼다.

집사람은  집애서 사는  여자나 아내가 아니고  집에서 주거를 하는 남녀노소다.

그러니  집에 있는 사람이 밥도 하고 빨래도 청소도 해야한다고 나는  줄창 주장했다.

 

지성이면 손바닥도 뜨거워지고 마음도  통한다고 이젠  내가 말을 일부러 안해도 자동이다.

그래도 깜박거리는 건망증있는  남편 하는 소리

" 니는 뭐 믿고 시집왔냐?"

헤헤..믿긴 뭘 믿어..

내가 남자랑   결혼 했지. 시집하고  결혼 했간? 사실은 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남편들은   시집애기 하면   백이면 백 다 듣기 싫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