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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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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동네 마실이나 실실댕기고


BY 천정자 2008-11-20

솔직히 말하는 데

울 엄마도 내 남편도 울 애들도 내가 글을 쓰고 다니느라 바쁘다는 것을 잘 모른다.

감출려고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동네 옆집 마실이나 실실 다니고

돌아 댕기고 그러다가 집에 오는 줄 알고 있는 데

나 글 쓰고 왔어 그러면 웃긴다고 할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슬슬 장난끼가 발동해서 딸내미한테 한 번 물어봤다.

" 애 내가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되면 어떻겠냐?" 했더니

" 그럼 엄마 돈 많이 버는 거여?"...애구구..이걸 내가 묻는 게 아닌디..

 

중요한 것은 나의 단짝 친구도 심지어 교회집사님들도  동네 아줌니들도

내가 이렇게 피씨에 수다를 신나게 떨고 있는 줄 모른다. 안다면 동기동창들 카페에 한 꼭지씩 넣어주는 바람에 아는 사람들은 그 뿐이다. 그래선가 나는 남의 일상을 두루두루 같이 겪어내며 훔쳐내듯이 엿보고 관중처럼 지켜보기도 하다가 우연히 글수다감이 되기도 한다. 이게 참 재미있다.

 

우연히 한 지방문인협회에서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되었는 데.

나에게 시집을 한 권 주고 싶다고 해서 나도 부담없이 받았다.

 

시를 읽다보니 나는 내가 이걸 왜 눈 아프게 읽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구 혼잣말로 궁시렁 대었는 데. 그 문인협회회장은 박장 대소한다. 너무 솔직하시네요...그러면서.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요..진짜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눈도 저려요. 아퍼요..그렇다니깐요..참 내. ..그렇게 들고 온 시집은 나의 맨 끝 책꽂이에 꽂혓다.나중에 좀 알만 하면 다시 볼려구 한다.

 

글을 오랫동안 쓰다보니 한가지 내성이 생겼다. 어지간한 지루한 일이나 재미없는 것도 자꾸 하게 된다. 꼭 인내력이 내공처럼 쌓인다고 할까...

 

재미없는 글도 자꾸 밑줄치게 되고 못썼던 옛날 글도 또 들여다보고 수정도 하곤한다.

그렇지만 덧대거나 그럴 싸하게 포장하는 것은 잘 못한다.

 

주위에선 나보고 뭐하는 사람이냐구 물으면 딱 맞춤처럼 말을 못한다.

그런데도 나는 되레 너는 나중에 뭐 하고 싶니? 이렇게 묻기도 한다.

전혀 눈치 못채게 그들의 생활을 엿보고 글로 풀어내는 수다도 재미있는 작업이다.

나의 작압은 남에겐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접근해서 선택이 되는 일상들이 매번 다르다.

다르게 엮어오는 것들이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