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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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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론


BY 천정자 2008-11-14

" 메론 어디갔어?"

" 친정에 택배로 부쳤어!"

" 뭐라구?"

" 엄마한테 메론 준다구 했쟎어?"

  근다고 시집에 주라고 큰 거 다섯 통이나  되는 걸 한 번에 줬냐고 화를 버럭 낸다.

분명히 시집으로 차를 몰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울 남편 뭐 준다고 하면 일단은 한 달은 기본이고 두어달 걸려서 주는데, 가까운 시집에는 생기는 과일은 철철히 챙겨 준다.

에라이 모르겠다. 얼마전에 울 엄마가 달다고 참 맛있다고 하는 그 메론을 홀랑 우체국택배로 부쳐 버렸다.

 시댁에 뭐를 줘도 늘상 받기만 하는데 별 답도 없고 남편도 확인 안 할 줄 알았는 데.

남편이 시집에 전화걸어서

" 엄마 ! 메론 맛있어?" 이렇게 물으니

울 시어머니 뜬금없이 웬메론? 이 맛있어? 했으니.

남편 이눔의 마누라 오는 것만 벼르고 별렀을 것이다.

 

" 니는 내가 준다고 했잖어? 그걸 말없이 홀딱 보내냐?" 남편이 그러는 데.

나는 입이 댓발 나와서 삐져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가 드러 누워 버렸다.

시집에 아마 메론에 수박에 사과에 한짝씩 따진다면 한 트럭은 실려 갔을 것인데.   

 

이상하게  나같은 미련한 곰퉁이도 내 친정에 제철에 맛있게 먹는 과일은 한 트럭도 아니고 한 리어카도 한 상자만 보내도 그렇게 화낼 일이냐고 따지고 싶은 데. 나는 곰처럼 입은 우물우물거리고 머릿속은 이미 말이되어서 욱하고 화만 올라오면 말만 더듬거리니.

 

" 그럼 도로 부치라고 할까?" 했더니

" 뭐 ? 그걸 말이라고 하냐? 시방?"

 

난 삐지면 밥도 안하고 안 먹고 잠만 퍼지게 잔다. 눈 떠보니 아침이다.

남편이 주방에서 덜그럭 덜그럭 뭘 한다. 저녁을 안 먹었으니 배고프다.

금방 막 지진 된장찌게에 밥 비벼먹으면 참 좋겟다고 생각했는 데.

" 엄니한테 방아쪄서 보낸다구 혀? 글고 그렇게 말없이 보내지말구? 알것나?"

 

속으로는 메론 보냈다고 난리치더니 웬 쌀까지 보내 준다고 하니 얼떨떨 하다.

" 또 삐졌냐? 빨리 밥먹어?" 남편이 이미 밥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 된징찌게는?"

 

으이그 그건 니가 지져라...

헤헤..그러지뭐....까짓거 쌀도 준다는 디...

 

핸드폰에 고객님의 택배가 무사히 배달완료가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