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야! 니 나랑 저어기 좀 가자?"
" 어딜?"
툭하면 형부랑 싸워서 만만하게 갈 데도 없고, 누구에게 말하면 창피하다고 나에게 달려와 한바탕
수다를 떨다가 가곤 하던 언니가 느닷없이 점집에 가자고 내 팔을 잡아끈다.
머리털나고 처음 가는 점보는 집이다.
울 엄마는 권사님인데..
나는 그래도 집사인데..
입에서 뱅뱅도는 말들은 사실 눈에 테두리를 두른 듯이 푸르딩딩하게 부은 얼굴을 본 나는 도저히 입을 열지 못했다.
" 나 믿는 사람이여..."
언닌 차가 없다.
대게 그런 점집은 한적하고 경치가 좋거나 아님 뒷골목에 연등 몇 개 걸린 골목길에 구불구불 따라 들어가면 있었다.
언니는 이왕이면 용하다는 집에 가잖다.
왜 형부가 날이면 날마다 패는 지.
오래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다못해 형부의 전생까지 들춰가며 궁금한 것도 자꾸 늘었다.
" 세상에 자다가 갑자기 발로 옆구리를 차는 거여? 내가 맞아죽을 일이 잠자는 거냐? 그게 미친눔이지? 제 정신이 아녀?" 언니는 하던 애길 또 하고 또 반복하다가
나에게 점을 치듯이 또 확인한다.
" 야 아무래도 난 그 남자랑 헤어질 것 같지?"
" 언니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알면 내가 여기서 사냐? 계룡산 산꼭대기에서 구름을 타고 씽씽 날아다니면 모를까?"
" 넌 그런 말이 나오냐?"
언니는 또 역정이시다. 어떻게 해야 알콩달콩 잘사나 뭐 그런 거 훈수 놓아 가면서 그런 상담소는 없을까 나도 한 소리 해 봤더니.
" 내가 널 찾아 온게 아닌디.." 이러신다.
그나저나 그 용하다는 점집은 내 차로 한 참을 달리고 감나무가 감이 댕알댕알 열려서
가지가 땅바닥에 닿을 것처럼 익어가고 있었는 데.
" 어이그 어쩜 좋아요? 내가 자다가 맞고요. 아니면 같이 밥먹다가 재떨이에 눈 찢어진 적도 있어요. 때린 이유도 별 것 아녀요. 무슨 방법 없나요?"
나는 점보는 사람들은 모두 하얀 옷을 입거나 한복을 입고 조용히 도 닦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을 상상 했었는 데.우리가 도착 해보니 근처 남새밭에서 마른 참깨털다가 우릴 맞는 촌노인이 용하다는 점쟁이란다. 나도 의아해서 한 참 두리번 거리고 정면으로도 아닌 옆으로 기어가는 게처럼 흘긋흘긋 하고.
" 둘다 성질이 불이여? 불난 집에 또 휘발유을 뿌려대니 잠잠한 날이 없네!"
" 예? 그럼 우린 둘다 잘 안 맞는 가요?"
" 누가 그려 안맞는다구?" 용하다는 점쟁이 할머니가 한 참을 종이에 뭐라고 쓰는 데
이거 한 문 모르는 나는 되게 멋지게 보인다.
" 살다보면 풀어 질 거구만. ..강가에 가서 걱정좀 떠내려 보내구 제발 남편 볶지마?
대신에 명태 몇 마리 사서 두둘겨 패라구 혀? 자아 끝!"
점이 시작하고 끝하고 그렇게 보나보다. 나는 그래서 일어설려고 하니
" 거기 사주나 불러 봐?"
나보고 사주를 불러보란다. 사실 태어나서 생전 못듣던 그 사주에 어리버리한 내 얼굴을 보더니 언니가 빨리 부르란다. 그래서 애길 했더니.
또 공책에 일필휘지로 한문을 열심히 쓰신다.
" 소설이나 빨리 써라! 천성이 좀 게을러...느리고 ..근디 복이 많구만! 붓질로 먹고 살 팔자여?" 단단하게 단 한마디 하신다.
" 붓질이 뭐여유?' 언니가 묻자
" 뭐긴 뭐여? 글쟁이지?"
언니 형부한테 어떻게 해야 안 맞나 점보러 갔다가 내가 오히려 얼떨떨하다.
진짜 날마다 드라마다. 요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