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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단


BY 천정자 2008-09-06

  http://blog.azoomma.com/ifg01/xxx  
 "북~~~ 북~~~~"
진동으로 울리게 한 전화가 가방안에서 심하게 떤다.
발신번호를 보니 잘 모르는 번호다.
" 여보세요?"
" 예! 여긴 동사무소입니다. 혹시 최영은 보호자인가요?"
" 그런데요?"
아이가 이제 커서 병원에 다시 가서  재진단을 받아야 한단다.
정신지체장애 3급인데 의사소견서에 약 2냔이나 3년이 경과 된 후 다시 재진단을 요구햇단다.
 
처음엔 장애인되기 위해서 아픈 것은 아니지만, 동사무소 입장에서는 이게 그런 게 아닌가보다.
장애인 진단을 일부러 받고 세금혜택부터 장애인수당을 지급하는 현재에 이것저거 걸르고 골라서 재정비하는 입장에
우리아이가 또 다시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벋아야 한다.
" 우린 아무혜택을 원하지 않아요, 수당도 청구한 적이 없으니까. 재진단은 거부합니다!"
동사무소에서는 그렇게 되면 장애인증을 반납하고 장애인등록을 말소한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아무리 장애인증이 없어도 아픈 거는 그대로 있고, 행정상 필요한 조치를 취해준다고 해도
어떤 수혜도 받지 않으니 걸릴 게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럿다.
 
또 다시 전화가 왔다.
사회복지사가 그런다.
다른 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던지 급수를 좀 더 높여 진단을 요구하고 각종수혜를 받고자 하는 데
왜 나보고는 그런 것도 아니고 재진단만 하면 그대로 장애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을 포기하냐고 하신다.
가만히 말씀을 듣고보니 꼭 장애인이 못 되어서 안달 난 사람들이야기부터 아리송하다.
 
하긴 자신의 몸을 해쳐서 사는 사람들도 있는 데..
" 재진단을 알아보니 진단비용도 만만찮더군요. 초진으로 치나 재진으로 치나 몇 백원차이이고, 단골로 오래다닌 병원은
장애인진단은 못하는 병원이 되었구요, 글고 그것 받자고 울 한달 생활비가 몽창 병원비로 나가게 생겼는 데. 선뜻 하겠다는 말이 안 나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다.
 
장애인증을 반납하라고 해서 동사무소에 갔더니 마침 그 시회복지사가 나를 반겨준다.
" 아이구! 저기 우리가 지정한 병원에 가셔서 재진단을 하시면 검사비용을 반부담하겠습니다 . 장애인증을 아무리 반납을 하더라도 여전히 장애아동인데 이걸 알고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서 우리가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말을 듣고보니 그렇기는 그헐다. 아니라고 해도 우리아이는 여전히 장애아동이다.
" 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아이가 좀더 몸이 나아져서 낮은 등급이 나와줬음 해요. 제대로 된 검사를 받고 싶습니다. 재진단이라도"
" 그러지요...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언제가 좋겠는지요? 병원에 예약을 해드리겟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을바람에 흔들려서 피는 코스모스가 한창 화려하다.
이상하다. 초진단을 받을때도 꼭 이맘때였다,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차에 태우고 병원가는 길에 멀대같이 큰 해바라기 사이사이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에 들꽃이 가을에 물들어 만발하던 때.
 
내일  우리아이가 재진단을 받으러 갈 때 비가 올까 싶다.
그땐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에 흐르는 눈물처럼 비가 억수같이 왔었다. 가을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