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전교에서 꼴찌를 했다.
한 두번도 아니다.
중학교 이학년인데
성적표가 집으로 편지로 날아온다.
옛날 나 같으면 선생님이 번호순서대로 이름을 호명하면 우린 서로 몰래 접어서 보던 때
누가 꼴찌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사실은 그 누구도 묻지 못하는 금지구역과 같았다.
나의 딸아이는 정신지체장애 3급이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꿈을 꾼다.
엄마! 나 오늘 시험 잘 봤어요!
엄마 나 그거 맞춰서 기분이 좋아요.
또 상을 받아 오는 꿈을 심심찮게 꾼다.
기대치는 그만큼 잠재적으로 의식한다고 하더니 아마 그런 가 보다.
요즘 중간고사를 보나보다. 나도 딸아이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그 시험 보는 것을
우린 모른척 했었다. 무슨 일을 작당하는 공범처럼.
그런데 이 아이가 가끔 전교에서 꼴찌하는 것 빼고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전화로 동영상을 보냈는 데.
자기 콧구멍을 돼지처럼 찍어 보냈다.
난 그때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 데
그 때 마침 한 환자가 대변을 받아내고 있었다.
환자의 대변은 매우 구리고 구린 지독한 냄새가 난다. 코를 찡그리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데 이런 즐겁지 않은 상황에
그 때 마침 딸아이의 얼굴동영상은 그야말로 폭소를 터트리게 했다.
다른 간병사들도 그 사진을 보고 또 웃고 또 웃으셨다.
치매가 약간 있는 환자분에게도 내 딸아이의 사진을 보여 드렸더니 박수를 치시며 좋아 하신다.
또 한번은 저녁 늦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데.
전화가 왔다.
" 엄마..기쁜 소리 들어 봤어?"
" 엉? 뭔 기쁜소리? 소식이 아니구?" 했더니 잘 들어 보란다.
보글 보글 지글 지글 이상한 소리가 난다.
" 엄마! 기뻐해 줘? 내가 처음으로 김치찌게 끓이는 소리야 ! 들리지?
아! 진짜 기쁜 소식이었다. 나는 울 딸 나중에 혼자있어도 밥도 잘하고, 빨래도 혼자 잘해서 입어야 하고 반찬도 잘해야 잘 사는 방법이다. 이렇게 가르쳐 줬는 데. 그 기쁜소리를 전화로 보여 준다는 기발한 상상을 한 것이 너무 기특했었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구구단을 아직 못 외우니 보충수업을 받으라고 한다.
" 저기 애한테 한 번 물어 보셨나요?"
저는 아이들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요즘 아이들 시키면 더 안하데요. 시키지말고 자발적으로 이끌어 주는 쪽으로 충분히 왜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지 또 하더라도 몇 시간을 배정해야 하는 지, 아이가 이런 장애를 갖고 있으니 충분히 조사과정을 거쳐서 이런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라든가 학습계획을 같이 세워서 하면 아이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먼저 배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울 딸 한글도 못 읽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 걱정은 쓸 데없는 것이었고, 시계도 이젠 잘 읽습니다. 조금 조금씩 다른 애들보다 느리고 쳐지더라도 분명히
자신이 뭘 알아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보충수업을 하시는 선생님과 울 딸과 충분히 상담을 먼저 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담임선생님과 긴 통화를 끝내고 휴유~~~ 숨을 몰아 쉬었다.
언제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턱을 넘듯이.
집으로 돌아 온 딸아이 얼굴이 밝다. 혹시 선생님하고 애기가 잘 되었나 보다 했다.
" 엄마! 교장선생님이 나를 불렀어요?"
" 뭐?" 이건 또 무슨소리인가? 했다.
교장선생님하고 교감선생님하고 담임선생님하고 자기 때문에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했는 데
딸아이 불러서 그러시더란다.
" 영은아! 너는 국가에서 잘 가르치라고 우리가 선생님이 된 거야!"
그래서 너 뭐라고 했어? 했더니 그래도 자긴 혼자 보충수업을 받는 것이 제일 싫다고 했단다.
이제부터 선생님이 상담을 시작하나보다.
에구 우리딸 이젠 많이 가르치려구 그러시는 거니까. 니가 이젠 선생님한테 잘 배워야 된다고 했다.
맨날 꼴찌를 해도 괜찮은 데. 니가 살아 갈때 숫자몰라 고생하면 엄마는 속상하다고 했다.
" 그럼 엄마 나 딱 한 번만 피자 사주라..아주 큰 거로! 그럼 보충수업을 받을 께?"
헤헤...그래 엄마가 아주 큰 피자 사올께..울 딸 구구단 잘 배워야 된다! 약속! 그렇게 새끼 손가락 걸고 손바닥 복사하고 손바닥에 간지럽게 사인도 하란다.
난 멋지게 정자! 라고 손가락으로 딸아이 손바닥에 꾹꾹 새기듯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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