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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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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BY 천정자 2008-04-13

처음엔 봄이 오면 기뻐해야 하고

여름엔 더워서 어디를 가야 시원한가 그런 거 찾아 다니다가

가을엔 아 가을이구나..나이가 또 한 살 먹었구나 하다가

겨울엔 흰 눈이 언제 오나 기다리다가 춥다고 잠자는 곰처럼 느린 겨울나기를 거듭하다가

금기야 우울증에 걸린 여자였다. 아니 나중에 보니 쓸데없이 잔소리만 줄줄 늘 하는 말만 새롭게 골라하는 천상 수수한 아줌마였다.

 

이 아줌마가 글을 써서 수다를 떨 계기가 바로 우울증이다.

요즘 현대인의 열 명 중에 두 세명은 이 우울한 감기를 앓고 있는 데

나라고 비켜가지 않았을 것이다. 영낙없이 오늘 아니면 죽을 날이 따로 없을 듯하던 그 날들이

진짜 분열증에 시달려 늘 어지러운 병이라고 난 따로 병명을 붙엿다.

 

그러다가도 다른 이들은 별로 기분이 안 좋은 데 나 혼자 히죽 히죽 웃으며 다니다가

또 그 지랄같은 홧병이 도지는 날이면 내 주위사람들은 못살게 초긴장 하게 하는 게 특기였다.

 

그럴 때는 옛날 나 뭐하고 살던 왕년에 황금 송아지를 키우고 살았다느니 유명한 누구를 난 알고 지낸다는 우월한 사상에 혼자 빠져 우쭐한 기분에 하루 하루 버텨내니 어디 남들이 나를 저게 사람인가?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권투선수들 제대로 된 펀치를 맞듯이 환장 할 만큼 충격을 먹은 사건이 생기는 데다가 아이가 아프고 남편이 나를 등돌리고 시집은 나와는 너무 먼 딴나라 세계가 되면서 더불어 친정도 전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져 버린 결정적으로 혼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누구도 내 머릿속을 훔쳐 보지 못해 전혀 나를 모르고 타인도 이렇게 나를 낯설어 할까 싶은 정도의 충격을 몇 번 입으니 이거 이러다가 어쩌다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구나..

 

젠장 돈이나 많이 벌고 죽으면 이름 석 자 새길 묘비를 그럴 둣하게 체면을 세울 처지는 되지 않을까, 이 궁리 저 궁리 해도 별 수 없는 문제들인데. 이런 내 마음을

어디다가 호소해도 받아 줄 데는 전혀 없었다. 한 번은 울 엄마가 권사님이신데 그 교회에 가서 하소연이나 해 볼까 하다가 괜히 그러다가 기어히 기도만 많이 하라는 사명이 내게 있다는 명령같은 주문만 받았었다.

 

무슨 기도를 많이 하라는 건가? 내 자식들 잘 되라고 천 날 백 날 빌어도 나 죽으면 나와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그 일들을 언제까지 빌라는 것인지..에잇 그냥 내 작은 수첩에 뭣같고 씰데없이 나를 세상에 내 놔서 뭐 이런 병에 걸려 대충 사느냐, 죽느냐? 그런 거 조금 고민하고 대충 죽으라는 건가? 이렇게 쓴 메모가 나의 글쓰기의 시작이었다.누군 그럴 듯한 문학적인 소명을 갖고 쓴다는 글을 나는  심각하고도 우습고 시시한 시작이었다.

 

그 것 써놓고 혼자 읽고 또 웃고,,,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고민이 쓰고 보니 또 별게 아니었다. 진짜 그렇게 무겁고 깊은 주제들이 어떻게 한 줄의 글로 탈바꿈하더니 그렇게 가벼운 주제가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늘 어지러운 머리가 개운해 졌다.

 

그런데 또 재발을 할 때가 있었는 데 그 낙서같은 글쓰기를 안 하면 또 그 지랄을 하니 할 수없이 작은 수첩에서 큰 공책으로 그러더니 블로그에 내 작가방에 공간을 조금씩 채워 나가는 만큼 우울한 감기가  처방이 되고 재발을 예방하는 기능이 되었다.   

 

내 몸에 늘 단추가 준비 되어있어 언제든지 잠그고 열고 그리고 가둬놓고 꺼내놓고 그러다 보니 우울증을 이겨 낼 수 있는 항생제가 온 몸을 돌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젠 어지간한 사건이나 충격적인 말을 들어도 그거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이 살다보면 하늘의 뱔 보기나. 세는 거나 거의 같은 벼라 별 일들이 수두룩 한데. 이런 초월적이지도 않고 평범한 면역력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신통방통한 호르몬 주사를 비싸게 맞아도 이런 효과를 볼까 싶기도 하다.

 

요즘 우울증에 걸려서 스스로 목숨을 끓는 무수한 목숨들이 참 많다. 하긴 나도 어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떨어져 죽으면 세상은 끝이다! 라는 착각에 올라갈려고 엘리베이터 내려 오기를 기다려 제일 맨 꼭대기로 올라갔는 데. 옥상에 통하는 비상구가 잠겨 있어서 그냥 계단으로 한 참 내려오면서 한 다는 말이 오늘 아니먄 내일 경비원에게 열어 달라고 해야지 이랬다. 근데 그 내일이 살기가 왜그리 바쁜지 죽을 시간이 없어서 그냥 살게 된 내 기막힌 한 토막 에피소드를 애길 했더니 박장대소다. 난 심각하게 말을 했는데.

 

항 우울제라는 약이 있다. 그냥 이 약을 먹어서 콱 죽지말고 어떻게든 살라는 약이다. 그런데 살라는 약이 왜 항우울제일까? 약도 좀 근사하게 먹어서 금방 안죽고 한 오십년 버티다가 그냥 죽는 약이라고 길어도 괜찮을 이름을 지어서 처방을 해주면 그 만큼 심리적인 효과를 얻을 거다. 심지어 가짜 혈압약을 수 십년동안 복용해서 그만큼 톡톡히 효능을 얻어 낸 임상실험 결과도 수두룩하다.

 

여하튼 오늘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오늘 죽을려고 굳게 마음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제일 속상해서 그냥 이 세상 하직할 려고 마음 먹은 거 그대로 써야한다. 어디이든 하다못해 화장실에서도 하얀 휴지에다가도 쓰면 신기하게 그 죽을 만큼 심각한 게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사실 한글 모르고 쓸 줄 모르면 배워서 그 동안 산 애길 쓸려면 더 시간이 필요 하지 않은 가? 그 만큼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우울증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도 자기도 우울증 걸려 결국 자살한 의사애길 들은 적이 있다. 그 만큼 우울증은 낫기 힘든 난치다. 이런 난치를 이긴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러니 한 번 져주는 게 재고하고 고려를 하는 것이기록하는 일이다. 마치 아이 키우는 육아 일기 쓰듯이, 내 몸속에 암이라는 세포도 살 수 있고, 류마티스 관절염 세균도 관절마다 숨어서 살고 있을 수도 있고, 벼라 별 바이러스가 같이 존재하는 곳이 나의 몸이다. 인정하고 격려까지는 안되더라도 적어도 내 몸안에 모든것이 존재라는 인식을 한 번 더 옷걸이에 걸어둔 한 겹의 옷처럼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기능을 발견해야 한다. 너무 병에 절절 매니 늘 상 두렵고 자신 스스로의 면역 바이러스도 공격을 당하게 하는 약한 의지가 우선 큰 바이러스 감염이 되었다. 이런 것도 늘 메모하듯이 기록을 하면 이상하게 희미한 기억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한 처방전이 되고 강력한 약이 된다. 먹지 않은 약은 부작용이 없다. 또 다른 병은 발생을 막는 예방이다.

 

오늘은 나에게 세상에 무엇보다도 가장 귀한 시간이다. 이런 귀한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뭐든지 내일 한다는 희망보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누가 할 것인가. 내가 할 것인가? 이것이 선택이고 반드시 필수적인 몸관리의 첫 단추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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